김보미 강진군의장 |
김 의장은 지난 7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군수 의지만 앞선 주먹구구식 축제 추진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례상 거쳐야 할 절차도 생략됐으며, 의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주요 비용을 다른 예산에서 가져다 쓴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의회를 경시하는 행위이자,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지적했다.
이에 서순철 부군수는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단어사용이 불쾌하다. 뭐가 불법이냐!, 뭐가 우롱이냐! 불법이 있으면 행정사무조사를 하라!" 고 목소리를 높여 감사가 잠시 중단됐다.
끝내 화를 이기지 못한 서순철 부군수는 축제추진단장을 윽박지르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축제추진단 행감장에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인 지난 8일 김 의장은 군수에게 출석을 요구해 질의하고자 정중섭 행정복지위원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요청으로 회의장에서 의장 자리 책상은 치워졌으며, 해당 위원장으로부터는 발언권을 줄 수 없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 의장은 "강진군의회 회의규칙상 의장이 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이 가능함에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통로가 원천 봉쇄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의원의 본분이며 묵과하는 것은 도리를 저버린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고 잘못된 표현이었는지는 군민 여러분께서 판단할 몫이며 행감을 받는 집행부 부단체장이 취해야 할 올바른 대응 방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질의의 본질은, 예산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방만한 축제 운영으로 인한 예산낭비 사례를 지적하고 강진군의 축제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쟁점이 '저의 표현'과 '부군수님의 대응 방식'으로 변질돼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행정사무조사와 주민감사 청구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군수의 발언대로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축제추진위의 의결을 절차대로 받았는지 살펴보고, 1억원 이상 행사성 사업의 경우 거쳐야 할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예산 쪼개기 꼼수 여부, 의회에서 의결한 축제 예산 외 타 예산 용도 외 사용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며 이와는 별개로 강진군민의 동의를 모아 주민감사청구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감사청구는 강진군 주민 150명 이상의 연대 서명을 받아 상급기관인 도지사에게 감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주민참여제도로, 청구를 수리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감사를 종료해 자치단체장에게 그 결과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김 의장은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군민의 대변자인 의원들이 군수 눈치보기나 하는 대변자로 둔갑해 줄서기에만 급급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며 "군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으니 동료 의원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행정사무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행정사무조사를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재적과반수 출석과 출석과반수 찬성의 의결을 거쳐야 하나, 법률에서 보장된 의장의 발언까지 막아버린 현 의회의 상황에서 김 의장의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진=이재선 기자 wotjs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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