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대전시의회 의원 일동. |
9대 대전시의회가 임기 반환점을 돌아 남은 후반기에 보여줘야 할 모습은 명확하다. 자신들이 공언한 대로 의회가 중심이 되어 대전발전과 시민 이익을 선도적으로 이끄는 '의회상' 말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의정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9대 의회 성패가 달려있다.
9대 의회는 전반기에 각종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엔 의회 운영을 안착시켰다. 초선 일색이라는 우려와 집행부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 주요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내부 엇박자 등 안팎으로 화살을 맞으면서도 9대 의회만의 의정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의원들의 주도적이면서 적극적인 의정활동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이젠 성과를 보여줄 때다. 9대 의회 캐치프레이즈인 '시민 중심의 열심히 일하는 의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내놓는 '시민 중심의 일 잘하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 생활에 밀접한 각종 조례를 발의하고 주요 현안별 특위와 연구모임 운영이 두각을 나타내곤 있으나, 시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후반기 의정성과를 거두기 위한 첫 관문은 역시 원구성이다. 전반기가 적응기였다면 후반기는 본격적인 의정 역량을 발휘할 전성기나 다름없다. 실제 9대 의회가 의회 경험이 전무한 초선들이 대다수였던 만큼 대다수 의원들이 전반기를 거치며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끌어올린 상태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맞는 원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후반기 원구성은 역대 의회마다 파행을 거듭했다. 지역에서 의전서열 2위인 의장 자리를 놓고 의원들이 노골적인 권력다툼을 벌이기 일쑤였고,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계파가 나뉘어 상임위원장을 주고받는 일종의 거래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다. 이 때문에 후반기 원구성 파행이 지역사회에서 당연한 일처럼 여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9대 의회도 폭풍전야다. 역대 의회에서 되풀이된 후반기 원구성 파행을 이번에 끊어내자는 원론적인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수싸움과 물밑 작업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의장 도전을 원하는 이들이 각자 확보한 표가 과반을 넘는다고 주장할 정도로 의원들의 표심이 얽혀있고 언제든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는 유동성도 크다.
변수도 존재한다. '전반기 보직자는 후반기에 보직을 맡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원구성 지침이 그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지침의 강제성이 없다거나, 당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이란 반론도 나오고, 지침 위반 시 당 차원의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활한 원구성 다음은 의정활동의 시민 체감도를 높이는 일이다. 집행부에 의존할 게 아니라 양자산업, 무인항공기산업과 같은 미래전략 산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부터 사회적 약자 지원 강화와 시민들의 실생활 개선을 위한 생활 밀착 조례를 만드는 일까지, 의회가 지역발전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는 일이 시급하다.
모 전직 시의원은 "후반기 원구성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결국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양보와 타협을 통한 원만한 원구성,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적재적소 원구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만 후반기 의정활동의 정당성과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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