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담음새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담음새

남궁선혜 대전보건대 교수

  • 승인 2024-06-17 16:56
  • 신문게재 2024-06-18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남궁선혜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부속유치원장
남궁선혜 대전보건대 교수
가끔씩 TV 교양 프로그램 중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어떤 특정한 주제가 있고, 그 주제와 연계된 다양한 자료들이 모아지고 이어져서 다큐멘터리 주제에 대한 스토리를 심도 있게 영상에 담아낸다. 이러한 전개는 마치 연구주제에 따라 참고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연구 과정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고 더불어 관점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담음새'(한식의 마음-한식의 마지막, 음식과 그릇의 하나의 소리 담음새, 2018 KBS)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담음새' 란 명사형으로 음식을 그릇에 담은 모양새를 말한다. 한식 요리전문가들은 한식의 색과 모양을 생각하고 사계절을 고려하면서 음식을 담을 그릇을 정하여 '담음새'를 완성한다고 한다. 그릇을 만드는 사람은 이 그릇에 어떤 음식이 담겨질지를 생각하면서 그릇을 만들고 여기에 더해 이 그릇을 사용하는 요리사의 마음까지도 생각한다고 한다. 음식을 최상으로 돋보이게 할 그릇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하는 요리사와 요리사의 이러한 수고로움을 공감하고 존중하여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도 그 마음들이 이어짐에 따라 음식의 담음새를 정교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십을 발휘한다.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진 음식은 그 음식의 맛과 멋에 어울리는 그릇을 만나야 비로소 담음새가 완성된다고 한다. 음식도 이렇게 정성을 다한 과정을 거쳐야 완벽한 담음새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어떠한 담음새를 하고 있는가? 정책을 음식으로 비유하여 그 담음새를 생각하여 본다면 정책을 담아낼 최적의 그릇을 잘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정책이 만들어질 때 어떤 기반과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일수록 정책을 담을 그릇은 잘 마련이 될 것이며, 그 담음새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담음새가 좋은 정책들을 얼마나 누리고 있으며 요구하고 있을까?

필자는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유아교육 정책의 담음새를 자주 생각해 본다. 놀이가 중심이 되는 유아교육과정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정책을 위해서 국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좋은 정책적 그릇을 마련하여 주었을까?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생을 고려한 정책적 담음새는 유아교육적으로 어떻게 제시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고도화된 학부모의 요구에 상응하는 유아교육적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는 어떤 정책적 그릇을 제공하고 있는가? 예컨대, 갈수록 다양해지는 가족형태와 관련되어 요구되는 추가적 서비스를 유치원에서는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다양한 가족 형태에서는 가족상담도 필요하고 가족치료도 필요하다. 또한 가족이 놓여진 상황이 어떠한지도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금 더 특수한 교육이 요구되는 유아들도 더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특수 유아에 대한 지식과 역량을 겸비한 유아특수교사도 필요하고 아이들 행동을 수정해 줄 수 있는 행동 중재 전문가도 필요하다. 각종 민원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직원도 필요하고 법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하다. 양적인 팽창이 중요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질적인 우수함이 보장되지 않으면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어려운 시점에 있다. 지능화된 유아교육 수요자들을 만족할만하게 운영하려면 그만큼 많은 재원과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다. 과연 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은 누가 얼마만큼 해야 그 모자람이 없을까? 저출생에 대한 심각함을 안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위한 유아교육 관련 정책적 담음새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를 고민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