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남은 자와 떠난 자의 욕망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남은 자와 떠난 자의 욕망

원더랜드

  • 승인 2024-06-13 17:07
  • 신문게재 2024-06-14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612_195034642
영화 원더랜드 포스터.
영화는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듭니다. 판타지는 최첨단 AI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 원더랜드입니다. 통신 서비스가 진화하여 주문자 요구 사항을 반영해 현실에 핍진하도록 만들어냅니다. 남은 자는 현실에, 떠난 자는 원더랜드에 있습니다. 어느 만큼이 현실이고, 어느 만큼이 판타지인지 분간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근래 고인이 된 사람들을 모니터 속 영상으로 불러내 현실의 사람들과 대화하도록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큰 반향이 있었던 상황을 더욱 발전시킨 모습입니다.

현실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하지만 원더랜드라는 판타지 속 사람과 그를 둘러싼 세계는 현실 속 남은 자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가장 주요하게는 부를 때 언제든 응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 속 인물의 상상의 허용치를 넘지 않습니다. 그들은 놀랍도록 아름다우며, 자기 일에 충실하고 현실 속 인물에게 친절합니다. 갑자기 죽어버린 엄마 대신 일을 하러 멀리 떠나 있는 엄마로, 오래도록 식물인간인 연인 대신 우주 먼 곳에 가 있는 연인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완벽한 존재입니다. 비록 전화로만 만날 따름이긴 하지만.

영화의 반전은 떠난 자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 주는 데 있습니다.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 가능하지 그 엄마를 만나러 간다든가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어린 딸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을 뚫고 역행합니다. 다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야말로 가장 판타지에 속한 것인지 모릅니다.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연인은 자신이 남겨진 여자친구가 그리워한 모습이 아닌 것을 깨닫고 그녀의 곁을 떠납니다. 이것은 예상 가능한 현실입니다.

AI 기술이 구현한 놀라운 가상의 세계 역시 현실에 작동하는 욕망의 산물이란 점은 씁쓸합니다. 또한 그것이 판매되고 소비되는 서비스 상품이라는 점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각성을 넘어 현실 속 인물들이 자신을 직면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떠난 자 혹은 떠날 자를 보내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남은 딸과 여자친구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은 관객의 몫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타지에 의존하던 상황으로부터 벗어났으리라는 점입니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현실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영화의 배경으로 줄곧 등장하는 공항은 이러한 결별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3.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4.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5.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1.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2.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헤드라인 뉴스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철회하고 학교에 복학을 신청하면서 의학교육이 1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주 의대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느냐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인 31일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의 의대에서도 대체로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 의대는 3월 30일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으나 몇 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는지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2..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케이크 가격도 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1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와 음료,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케이크 가격은 2000원 올리고 조각 케이크는 4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은 3만 7000원에서 3만 9000원이 됐다.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 8000원이다. 딸기 생크림은 3만 6000원이고 클래식 가토 쇼콜라 가격은 4만원이다. 조각 케이크는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1..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탄소 중립을 위한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해 대전시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간 자전거 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단절 구간이 많아 교통 분담률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시 자전거 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023년 기준 937㎞로 2010년 586.9㎞ 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1.85%(2021년 기준)로 여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색의 봄 3색의 봄

  •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