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세종낙화축제를 다녀오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세종낙화축제를 다녀오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24-06-13 17:27
  • 신문게재 2024-06-1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손원혁 선임연구원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어느덧 봄이 완연해지니 지자체나 단체들이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달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세종시에서 세종낙화축제가 열렸다. 낙화놀이는 음력정월대보름이나 부처님오신날(사월초파일), 단오 등 우리 민족의 특별한 날에 즐기는 민속놀이 중 하나다. 낙화놀이는 공중에 매달린 긴 줄에 낙화봉을 여럿 매달아 불을 붙이면 시작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불꽃이 흩뿌려지는 모습이 마치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닮았다. 이번 세종낙화축제는 세종중앙공원 주변의 가로수에 낙화봉을 매달아 진행했는데, 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다.

낙화놀이가 일반적인 불꽃놀이와 다른 점은 한 가지 색의 불꽃이 오랫동안 바람에 흩날리며 뿌려진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가 형형색색의 불꽃들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며 순간적으로 폭발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과연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답은 낙화봉 제작에 사용하는 재료에 있다.

불꽃놀이에서 불꽃의 색은 일반적으로 금속 원소에 의해 결정된다. 각각의 금속 원소는 고유한 발광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불꽃과 반응할 때 특정한 색상을 띄게 된다. 금속 원소의 원자핵 주위에는 전자껍질이 존재한다. 전자껍질의 전자들은 높은 온도에서 열에너지를 흡수해 들뜬 상태로 전이된다. 하지만 전자의 입장에서 들뜬 상태는 불안정한 상태기 때문에 다시 에너지가 낮은 바닥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금속 원소마다 고유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고 있어 전자가 전이하는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빛의 파장이 결정된다. 즉, 색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트륨의은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되돌아갈 때 589nm의 노란색 빛을 방출하게 된다. 이외에도 구리는 청록색, 리튬은 진홍색, 칼륨은 연보라색, 바륨은 녹색, 스트론튬은 붉은색 등의 불꽃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금속 화합물을 적절히 배합하면 다채로운 색상의 불꽃을 연출할 수 있다.

한편, 낙화놀이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역할은 뽕나무 숯가루와 사기그릇 가루(또는 소금)가 담당한다. 뽕나무 숯은 다른 숯과 같이 대부분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약간의 금속들이 포함돼 있다. 그 중 칼슘이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돼 있어 고온에서 산소와 반응하면 주황색조로 붉게 타오르게 된다. 바람이 불 때 낙화봉에서 불꽃이 더 밝고 더 많이 흩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산소가 추가적으로 공급된 영향이다. 또한 숯가루는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소 속도가 느려 불씨가 오래 지속돼 눈처럼 흩날리는 불꽃을 만들어 주게 된다. 추가로 사기그릇 가루는 불꽃이 터지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고 한다. 뽕나무 숯가루와 사기그릇 가루의 비율에 따라 흩날리는 불꽃과 터지는 듯한 불꽃의 연출을 조절한다고 하니 전통놀이에도 과학적인 연구가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혹시 사기그릇 가루나 소금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불꽃색이나 타는 형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세종낙화축제의 낙화놀이가 어떻게 수 시간 동안 진행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불꽃 재료를 담는 표피에 있다. 낙화봉의 표피가 연소되는 속도에 따라 낙화놀이의 전체 시간이 결정된다. 주로 한지를 사용하는데, 불꽃의 형태를 일반 펄프지보다 화려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소 속도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표피를 광목이나 소창과 같은 천 재질로 바꾸면 한지보다 훨씬 천천히 연소되도록 할 수 있다. 때문에 뽕나무 숯가루와 사기그릇 가루를 오랫동안 품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볏짚으로 낙화봉을 묶어주면 표피의 연소 속도를 더욱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세종낙화축제는 우리에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낙화놀이만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운치있는 불꽃, 그 불꽃을 오랜 시간 흩뿌리면서 말이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