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개혁'하면 대학을 떠올리는데 빌 게이츠가 고교 교육을 교육개혁의 화두로 삼은 것은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의 연장이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개혁 없이 대학의 개혁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이러한 고교 교육 개혁에 불을 붙였지요. 1990년에 발족한 비영리 교사 양성 지관인 '미국을 위한 교육 (TFA:Teach For America)'은 미국 명문대 졸업 예정자들을 훈련해서 빈민 지역 교사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TFA 프로그램에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명문대 졸업 예정자 3000명을 선발해 2년 이상 교사로 임명한 것이지요.
이들 명문대 졸업 예정자들이 일반 교사들이 꺼리는 '문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쳐 교단에 새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폭력과 마약 등으로 얼룩진 학교에 '사명감을 가진' 우수 교사를 보내자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좋아졌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입니다.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돈이 없으면 기회를 놓치는 교육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개혁은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문제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면 당사자들에게도 충분한 경험이 되고, 혜택을 받는 학생들도 그들의 열정과 봉사에 동화되어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게 된다면 사회 통합이라는 큰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겠죠.
과거 대전시에서도 미국의 이러한 교육개혁 사례를 참고하여 '교육만두레' 시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복지만두레의 일환인 교육만두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 등에 못 가는 아이들에게는 배울 기회를, 그리고 대학(원) 졸업자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판 TFA'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국·영·수 과목 전공 교사 100명을 채용해 600명 이상의 소득이 낮은 자녀들에게 학습 지도를 해주는 교사 1명이 6명의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방식이어서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성적이 향상되었고, 약 80퍼센트가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을 발전시켜 시 예산이 아니라 재단 설립을 염두에 두었었지요.
교육개혁은 모든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동등하게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그 아이의 평생 삶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 교육개혁의 진정한 목표이어야 합니다. (이상 <염홍철의 아침편지> 94-96, 염홍철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231-233 참조)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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