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8시간 수술끝에 생명을 지킨 환자의 보호자가 중도일보에 보내온 감사 편지. |
12일 중도일보 편집국에 한 통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대전시 중구 산성동에 사는 신현숙 씨가 볼펜으로 한 글자씩 눌러 쓴 사연에는 남편에게 찾아온 날벼락 같은 질환과 8시간 수술을 집도해 생명을 지켜낸 의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평범한 가정에 이렇게 큰일이 일어난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라고 편지를 시작한 신현숙 씨는 "다음 외래진료 받으러 찾아갈 때도 꼭 자리에 계셔주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끝맺는다. 김 씨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월 20일 수요일, 평소처럼 가까운 텃밭에서 봄 파종을 한 후 식사까지 마친 뒤 텃밭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남편(70)에게 전에 없던 증상이 발현됐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네…."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숨쉬기 갑갑하다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조금 전 식사가 탈이 난 거라고 체한 게 가라앉으면 나아질 거라고 여겼다. 아이들을 분가시키고 퇴직 후 둘이 지내는 평범한 부부처럼, 이들도 남에게 피해 끼치지 말고 검소하고 반듯하게 살아가자는 신념을 지키며 이날 점심도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둘이 나눴다. 그런데 남편만 몸이 불편해졌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바늘로 손끝을 따고 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며 쉬어도 봤다. 전에 이런 증상을 경험한 적이 없던 신 씨 부부는 체한 게 가라앉기를 조금 더 기다렸고, 한 번 더 손끝에 바늘을 찔러 증상이 가라앉기를 바랐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그때야 응급실을 떠올렸다.
신현숙 씨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는 동안 하필이면 의료대란이란 이런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이런저런 검사 끝에 받은 진단명은 '심장 대동맥 박리'였다. 대동맥의 안쪽 혈관 벽이 찢어진 상태로 신체기관의 혈액 공급이 차단돼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48시간 내 수술을 받지 않으면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급한 중증질환이다.
김재현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아내 신현숙 씨는 편지에 손글씨로 "급하게 수술에 들어가 새벽까지 밤새워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제정신이 아니었고, 간절히 살려달라는 믿음으로 뜬눈으로 기다렸어요"라며 "위급한 때에 교수님께서 안 계셨으면 생각하니 아찔하고, 꿋꿋하게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지켜주신 김재현 교수님이 계셔 저희가 살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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