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
대전교육청에 4개월 동안 출입하면서 느낀 점은 몇 년 사이 교육현장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교권이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교육현장의 실태를 보면 화가 절로 난다. 교사, 학교를 향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기본이고 초등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리고 교사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등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게 교권의 현주소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이다.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최근 교육계 여러 사건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먼저 2023년 교육계를 충격에 빠뜨린 서울 서이초 교사사망 사건과 대전 교사사망 사건이 있다. 두 교사 모두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해 12월 충남 논산의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 간 다툼이 있어 교사의 지도를 받던 중 교사에게 손가락 욕을 한 사건도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교사에 대한 사과를 제안했지만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끝내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6월 3일 전주의 한 초등학생이 무단조퇴를 막는 교감에게 욕설과 함께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행동을 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제 학부모들은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닌 돌봄센터로 인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학교와 가정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조력 관계로 남아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이런 사실을 잊은 지 오래인 듯하다. 학부모들은 학교 활동에 사사건건 개입하며 교사를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교육은 교사 위주보단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하고 교사 독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 교육현장에선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학교,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교권침해가 되풀이 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교육청, 학교가 나서서 교사를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축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자랄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상황에 교육청이 교사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에 가끔 회의감도 든다. 사실 질타의 대상들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우리 사회에 녹아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사실 나는 아직 자녀가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어떤 불만을 품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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