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도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세계적 수준의 게임 회사가 존재한다. 미디어워크는 스포츠류의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 등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출시하며 대전 게임 시장을 세계로 이끌고 있다. 유저 입장에서 즐기기만 했던 게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되는지 개발자에게 직접 들어보기 위해 대전게임콘텐츠협회장인 미디어워크 박근만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박근만 대표: 네~ 이번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춰서 클라이밍 콘솔 게임(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이 기기를 사용하는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최: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유저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나요?
박: 우선 기획을 하죠. 모바일, 콘솔, PC, VR 중 게임 플랫폼을 정하고 어떤 소재와 방식으로 만들지 구상하죠. 그 기획안을 바탕으로 간략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제작해보고 흥미 여부를 판단해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재밌겠다 싶으면 퍼블리셔(게임 배급사)와 계약해 개발에 들어가는 거고, 아니면 다시 첫 기획으로 돌아가 다른 게임을 구상하죠.
게임 개발은 크게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사운드, QA(품질보증)로 구성돼요. 기획 단계에서 구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을 진행하고, 동시에 캐릭터와 배경화면 등을 디자인하죠. 그렇게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게임 음악을 입히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품질보증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게임이 완성돼요.
최: 단순히 프로그래밍만 한다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군요. 그럼 이 모든 작업을 한 회사에서 다 하시는 건가요?
박: 큰 회사들은 사내에 모든 직무가 다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사운드와 QA, 디자인까지도 외주로 해결하기도 해요. 우리 회사는 기획과 디자인, 프로그래밍, QA까지는 사내에서 직접 수행한답니다. 게임을 만들어 놓은 뒤에 홍보 같은 경우는 미리 계약해뒀던 퍼블리셔 쪽에서 맡아서 해주죠.
최: 퍼블리셔가 어떻게 보면 첫 유저이자 한 팀인 셈이네요. 퍼블리셔와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아요. 보통 이렇게 한 게임이 완성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박: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1년 정도 걸려요. 디자인에 얼마나 힘을 주느냐가 기간을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만들면 3개월에 완성되는 경우도 있고, 일의 능숙도에 따라 7개월 안에 완성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만들다 보니 이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기보다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기간을 정해놓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최: 디자인에 따라 제작 기간이 달라진다면 모든 단계 중에 디자인이 가장 어려운가 봐요.
박: 정교함이 필요해서 그렇죠. 난이도로 따지면 기획 단계가 가장 어렵고 중요해요. 기획할 때 시장조사하고 큰 틀과 콘셉트를 잡아내는 과정이 가장 어려워요. 그래서 기획자는 모든 직무 경험이 있어야 하고, 가장 상급자로서 역할을 하게 되죠.
최: 게임 개발사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박: 게임 플랫폼에 따라 다른데 전체적으로는 농사와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1년간 개발한 게임이 완성되면 그 뒤로부터 수입이 생기는 거죠. 보통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 같은 경우는 스팀이나 칩을 구매해야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형식이라 게임 판매가 곧 수익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반면에 모바일 게임은 무료로 다운로드한 뒤 앱 내 구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관리가 필요하죠. 이런 경우는 퍼블리싱 계약을 할 때, 퍼블리셔 측이 개발사에 미니멈 게런티를 제공해요. 게임이 개발된 후 받을 수익 일부를 퍼블리셔가 개발사에 선지급해주는 방식이에요.
최: 수익구조가 농사 같다고 하셨으니까 아무래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매출을 확인할 때일 것 같아요.
박: 그렇죠. 단순히 금전적인 면보다 유저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기쁨이 더 커요. 특히 구글 플레이 앱에서 시행하는 '피처드' 공모에 선정될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피처드는 구글에서 자체적으로 앱을 노출이 많은 구역에 배치하는 마케팅 방식인데, 앱에 들어가면 '주목할 만한 신작'이나 '추천게임' 같은 탭이 그 예시예요. 피처드에 배치되기 위해서는 평점이 4.0 이상에 추가적인 구글의 조건도 만족해야 하거든요. 피처드에 올랐다는 건 공인된 게임이라는 표식이 되죠. 우리 회사는 10개 이상의 게임이 피처드에 노출됐었어요.
박: 우리 미디어워크는 처음엔 IT 회사였어요. 2009년부터 게임 외주를 받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게임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 케이스죠. 첫 게임이 양궁게임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스포츠류의 게임을 계속 출시했고, 그에 이어서 이번에 클라이밍 게임까지 출시하게 됐어요. 대전 내의 게임회사가 대부분 글로벌게임센터가 생긴 후 전향한 경우가 많아요.
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서 대전시의 지원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박: 네. 기업당 일정 금액이 주어지는데 그 금액은 인건비나 외주 의뢰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열 개의 게임을 만들어도 한 개만 잘되면 다른 아홉 개를 만회할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끈기 있게 버티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자금이 그만큼 여유롭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정부의 이런 지원들은 큰 도움이 되죠.
또, 진흥원에서는 금전적 지원 외에도 '인디(inD) 게임스쿨'이라는 인력 양성 교육도 진행하는데, 이것도 기업에 큰 도움이 돼요. 기업은 게임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거든요.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론 교육만으로는 바로 실무에 뛰어들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그 간극을 인디 게임스쿨이 해결해주는 거죠. 정부에서도 콘솔 게임을 지원하겠다고 선포했고, 대전 내에서는 VR/AR 게임의 수준이 높아 현재 게임 시장이 굉장히 유망하다고 봐요. 대전에서 많은 인재를 발굴해 대전 게임 기업도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최화진 기자 Hwajin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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