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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앞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미 높은 농산물 가격에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인상되면서 언제 또 치솟을지 모르는 물가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외식비 부담도 커졌다. 원재료인 식품 물가가 뛰니 외식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혼자서 밥 한 끼 먹기도 쉽지 않다. 언론 보도를 보면 올해 1분기 외식 물가상승률은 3.8%를 기록했다. 햄버거가 6.4%, 김밥이 6.0%, 떡볶이와 치킨도 5% 이상 올랐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 설탕(20.1%), 소금(20.0%),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당면(10.1%) 등의 가격 상승률이 10~20%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고금리에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고되고 있어 서민들은 늘어나는 가계부담에 안 그래도 휜 허리가 아예 꺾일 지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로자가 받는 월급 수준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임금 상승세를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근로자 실질임금은 2022년에는 -0.2%, 2023년에는 -1.1%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 총액은 42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3000원(1.3%)이 늘어났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3.0%나 오르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1.7%(6만4000원) 줄어든 371만1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실질 소득이 줄면서 식비라도 아껴보려는 '도시락족', '집밥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외식 감소 분위기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외식업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경기전망지수는 85.76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9.22포인트 급락하면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짠테크 열풍도 거세다. 하루 종일 한 푼도 쓰지 않는 '무(無)지출 챌린지'부터 하루에 만 원 이하를 소비하는 '만원의 행복', 지출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신용카드보단 현금을 사용해 소비를 절약하자는 '현금 챌린지'도 등장했다.
또 가까운 거리는 도보를 이용하고 앱테크, 회사 구내식당 이용, 중고 거래 시장 활용, 헬스장 대신 야외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쓰는 등 다양한 방법의 절약 팁을 공유하는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한때 거액의 명품도 한 번에 지르는 '플렉스(FLEX) 문화'와, 삶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욜로(YOLO) 문화'가 젊은 층의 대표적인 문화였다면 이제는 소비 대신 절약을 서로 독려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특히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살림꾼들 사이에서는 '냉장고 파먹기'가 인기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해 식비를 아끼는 '냉파'는 코로나가 유행할 당시 외출과 장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는 냉장고 속 식재료와 냉파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각종 레시피와 함께 슬기로운 냉파생활, 냉파 꿀팁, 냉파 콘테스트 등의 글들이 넘쳐난다.
'냉파'는 식비도 줄이고, 냉장고 정리나 청소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열심히 파먹고 나서 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우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미친 물가에 장보기가 두려운 요즘이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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