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념식에서 부른 애국가가 아니다.
박인석 상임 지휘자의 'K-뮤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연주자와 관객들이 합창한 애국가이다.
그처럼 지휘자 박인석은 애국정신으로 마음을 다지고 살아가는 애국자인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몸과 맘 전체가 나라사랑으로 똘똘 뭉쳐진 지휘자다.
그는 오케스트라 공연 시 선곡(選曲)하는 문제부터, 시작과 끝을 애국가로 시작하여 한국 가곡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또한, 공연 시 관현악이나 합창과 같은 집단적 연주에 대해 몸동작을 통해 지휘하는데 그 몸동작 또한 대단한 열정이 내포 돼 있는 것이다.
오늘 공연도 그랬다.
특히 오늘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감상을 하게 된 데에는 오윤지 양을 비롯해 안내를 해주는 직원들의 친절도 한몫하였다. 자리를 안내해 주는 일은 물론, 물품 보관이나 심지어는 목말라하는 필자에게 어디서 구해왔는지 청량음료 한 병을 가져와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일까지 친절, 그 자체였다.
막이 오르고 제1부에서는 소프라노 이은정과 굵직하고 듬직한 테너 강락영 교수가 출연하여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46용사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부르며 흐느끼게 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1200톤급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해 침몰했는데 이 사건으로 천안함에 탑승했던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됐고, 40명은 사망, 6명은 실종됐던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테너 강락영 교수는 목원대 음악교수를 역임하였다. 그것을 인증이라도 하듯 머리는 은빛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듬직한 체구와 중후한 음색도 손색없이 분위기를 살렸다.
공연 시작에 앞서 박인석 지휘자는, "이번 음악회에는 맑고 청아한 소리와 섬세한 표현력을 가진 소프라노 이은정 선생, 호소력 있는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지닌 원로테너 강락영 교수, 전통국악으로 듣는 이들의 혼을 빼는 모듬북 금현욱 팀장이 출연하고, 끼와 감각이 충만한 예술평론가 장주영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다"며 자랑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학의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를 때 뾰쪽 구두를 신고 등장했다. 관중들의 탄성이 예서 제서 터져 나왔다. 불안했다. '춤 전문가도 아니면서 뾰쪽 구두를 신고 학춤을 추다니?'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날개를 펴서 춤사위를 펼다가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만 것이다.
숨죽이고 바라보던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앗"소리를 질러댔다.
쉽사리 일어나지를 못했다. 달려나가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관중들의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지를 못했다. 그러구러 1~2분 지났을까 했는데 학이 다시 일어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개를 활짝 펼치고 춤을 덩실덩실 추어대며 무대가 좁다는 듯이 휘젓고 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공연이 끝나고 학 안무에 대한 진짜 해석을 물었는데, 바닷속에서 장렬히 목숨을 바친 서해수호용사의 숭고한 죽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아예 엎어져 한참을 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번 음악회 주제에 맞게 곡을 해석하고 안무를 창조해 학 무용수로 변신하면서까지 놀라운 장면을 선보인 장주영 사회자.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자 하는 그의 깜짝 계획이었다니.
어쩌면 지휘자 박인석은 저런 재능꾼을 발견하여 무대에 세웠을까? 그의 사람 보는 눈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자랑하자.
오케스트라 연주에 우리의 전통악기 꽹과리를 등장시킨 것이다.
사물놀이에서 꽹과리의 역할은 '리더'인 것이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 꽹과리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사물놀이의 리더를 상쇠라고 하는데 상쇠가 다루는 악기가 바로 '꽹과리'이다. 그래서 꽹과리를 이해하는 일은 상쇠의 역할을 이해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상쇠는 마을굿의 주재자이자 마을의 대소사에 관여하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박인석이다. 그런데 꽹과리는 지휘자의 손에 들려 있지 않았다. 한국의 사물놀이에선 리더의 역할을 하는 꽹과리가 왜 오케스트라에서는 그러지 못하는가?
필자는 꽹과리 없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여러 차례 감상한 바 있다. 그래서 오늘처럼 분위기를 바꾸거나 흥을 돋우지 못했다.
그렇다. 꽹과리의 역할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바꾸고 흥을 돋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보라, 꽹과리 없는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이처럼 오케스트라에 학춤이라는 무용을 등장시키고, 꽹과리를 서양악기와 함께 등장시켜 우리 전통 음악의 효율성을 이루게 하는 박인석 지휘자의 멋. 그런 일은 오직 박인석 지휘자만 할 수 있는 창작품인 것이다.
그러니 어서 달려가 문화재청에 특허를 받기 바란다. 다른 음악지휘자들이 흉내를 못 내게.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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