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준 기자. |
최근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사용하고 AI 기술 발전 속도에 실망했다는 그 친구는 간혹 AI가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서 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일례로 그는 일본 여행의 코스를 짜기 위해 챗GPT를 활용했지만, 보기에만 그럴듯한 코스일 뿐 자세히 뜯어보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도 하나씩 껴 있었다고 불평했다. 일본을 자주 다녀온 본인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깜빡 속았을 것이라며, 결국 AI는 맹신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은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다.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AI가 우리 삶 속에 접근하는 속도는 이제까지와는 한 차원 다른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정확도나 효율이 필요한 곳, 그리고 자주 논란이 일었던 분야일수록 AI가 정착하는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만 봐도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도 시행 초기엔 정확도와 신뢰성을 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지만, 관중들은 적어도 사람의 눈보다 정확하고 일관된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대를 보내고 있다. ABS도 가끔 오류가 생기긴 하지만, 그보다 자주 오판을 남기는 인간 심판보다는 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미 이런 기류가 형성한 이상 심판들이 야구장에서 사라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AI는 어느덧 사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모습이지만, 나는 AI에 실망한 내 친구처럼 아직 맹신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베테랑 류현진과 황재균 선수가 본인들의 경험에 빗대 ABS의 판정에 공개적으로 항의했던 것과 같이, 내 능력과 경험이 아직 AI보다는 낫다고 판단해서 내리는 결론일 수도 있다. 사실 요즈음 언론사들의 사정도 야구계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친구들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가만히 챗GPT에게 심효준 기자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나의 기사 동향을 전부 파악하고 있던 그는 내 기사들을 분석해 장단점, 향후 개선 방향까지 모두 일러줬다. 이에 크게 충격을 받은 나는 마지막 질문으로 "너가 기사를 쓰면 심효준 기자보다 잘할 수 있어?"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오류가 해결될 동안 잠시 기다려주세요"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AI라서 그런가 눈치가 참 빠르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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