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대전시청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대전과 충남·북, 세종 의사회 공동 촛불집회에서 한 인사가 발언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18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사진=중도일보DB) |
9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협회관에서 의대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이 참여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갖고 18일부터 의협 차원의 총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앞서 4~7일 진행된 의협의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는 의협 회원 11만1861명 중 7만800명이 참여해 투표율 63.3%를 기록했다. 투표한 의사 중 90.6%(6만4139명)는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이중 73.5%(5만2015명)는 '휴진을 포함하는 집단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따라 의협은 18일 의사 회원들의 자율적 참여 속에 전면휴진에 돌입하고 같은 날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총파업이 실행되면 역대 4번째 의료계 총파업이 된다. 대전과 충남을 포함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과 교수·봉직의 등 직역 대표들 또한 의협의 지휘에 따라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제 의료계가 정부와 여당에 회초리를 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바로 잡을 결정적 전개를 마련해야 할 때"라며 "지금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행동해온 의대생, 전공의들의 외침을 이어가 이제는 우리 형, 누나, 의사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개원의 중심 단체이긴 하지만, 이번 집단행동에는 대학병원 교수 단체도 참여해 동맹휴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뒤에도 대학 교수들은 병원과 대학을 지키며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의협 집단휴진에 의대 교수들도 동조해 진료실을 떠나면 대학병원 진료는 대폭 축소되고 환자들 피해와 불편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때도 집단 휴진에 참여한 개원의 비율은 10% 남짓이었고, 의대 교수들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를 두고 병원 밖으로 이탈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의 경우, 집단휴진에 동참해 1~2주 병원 문을 닫을 경우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고, 후에 면허정지 행정 처분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단체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대정원에 대해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춘 대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논의 가능하다"며 "의료계 집단행동은 비상진료체계에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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