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71. 신자유주의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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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71. 신자유주의 이후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6-0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신자유주의는 20세기 후반에 대두된 정치, 경제, 사상적 조류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본래 몇몇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의미하는 단어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경제학계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오히려 경제학 외의 사회과학계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특히 '세계화'의 흐름에 이론적 무기로 작동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뒤로 김대중 정부는 IMF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흐름을 이어받았고,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신자유주의 요소가 짙은 정책들이 입안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맨해튼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슬로건을 시작으로 "빈부격차와 분배의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서민의 분노가 표출되는 분위기에서 2012년 다보스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때 다보스 포럼은 예년과는 달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위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내년에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사임이 예고된 86세 클라우스 슈밥은 당시 "현재 자본주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폭탄선언을 하였습니다. 클라우스 슈밥은 다보스 포럼의 창립자이자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분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당시 포럼에서 세계적 부호인 조지 소로스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못 넘기면 민주주의 위기가 온다"고 지적했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는 "그냥 두면 자본주의가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 분위기를 보면서, 자본주의 체제와 운용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공격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그 후 대안이 될 만한 이론이 제시되지도 못했고 새로운 체제의 출현 움직임도 전혀 없었습니다.

한편 2016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하는 세계 경제의 문제와 해법에 관한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연이어 출간된 '이놈의 경제가 사람 잡네'와 '교황의 경제학'이 그것입니다. 물론 저자는 따로 있었지만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록과 활동을 상세히 설명한 책인데 '이놈의…'의 첫 줄은 "우리는 소외와 불평등을 가져오는 오늘날의 경제에 대해 '멈춰!'라고 소리치며 거부해야 한다"고 시작합니다. '교황의 경제학'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정치와 이념을 초월한 교황의 주장이라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2012년 다보스 포럼과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자본주의에 대한 혹독한 비판 이후 어떤 논쟁이 전개되고 어떤 대안이 제시되는가를 유심히 관찰하였지만 오히려 조용해졌습니다. 클라우스 슈밥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4차 혁명 후의 현재와 미래라는 담론으로 덮고 있습니다. 저는 그 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자유주의 비판의 담론을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초래한 '시장의 실패'는 케인스 이론에 의해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전환되었고, 이것이 '정부의 실패'로 이어지면서 다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즉 '시장의 실패'에서 '정부의 실패'로 이어지고 다시 '시장의 실패'를 부르짖는 역사의 반복을 목도하며, 이러한 거대 담론이나 자본주의 이론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정부·기업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공정성, 투명성, 사회정의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빈부격차 등이 다소나마 해소되겠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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