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대전의 전쟁기지화' 작아지는 증언 목소리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대전의 전쟁기지화' 작아지는 증언 목소리

호동 50m 동굴 비롯해 보문산 일원 12개
일제 보문산 동굴조성 기록만 유독 남지 않아
'대전에서 마지막 결전' 증언 오래 전부터 제기

  • 승인 2024-06-04 17:54
  • 신문게재 2024-06-05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최종
대전 보문산 일원 동굴에 남은 이름 없는 근로자들의 굴착 흔적들. (사진=임병안 기자)
[일제동굴, 부평에서 대전까지]

1. 지하호 27개와 일제 육군조병창

2. 강제동원 규명과 역사 바로알기

3. 전쟁유산의 대전 보문산 재발견





1905년 대전역 준공과 1929년 대전신사 이전 그리고 1932년 충남도청 신축까지 일제강점기 대전에서 벌어진 것들이 자세히 기록된 반면, 수많은 조선인이 동원되었을 보문산 일원의 동굴에 대한 기록은 지금까지 꽁꽁 숨은 채 드러나지 않고 있다. 패망을 앞둔 1944~1945년 사이 일제가 대전을 전쟁 기지화했다는 가정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증언할 이들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기억이 지워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대전 보문산 일원에서 최근까지 발견된 동굴은 모두 12개에 이르고 있다. 중구 호동에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깊이 50m 동굴이 최근까지 고구마 보온창고로 활용됐고, 이로부터 직선으로 500m 떨어진 석교동 산비탈에도 'ㄱ'자로 꺾인 동굴이 누군가 벽면을 깎은 흔적을 간직한 채 남아 있다. 부사동에서는 벽돌로 입구를 막은 동굴 3개가 몇 미터 간격으로 줄을 지어 군락을 이루고, 주민들 증언을 통해 실존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호동 1개, 석교동 2개, 신상동 1개 등이다. 이들 동굴을 언제 누가 조성했는지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으로 주민들 증언이 간헐적으로 수집되는 실정이다. 박영규(96) (주)삼화모터스 회장은 일제강점기 대전중학교 재학 때 보문산 동굴조성 현장에 근로 동원된 경험 증언을 통해 "보문산 동굴에서 자동차에 자갈을 실어 날랐고, 현장에서 지휘는 일본군과 군속(군무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훗날 대전지역에서 학자와 평론가, 교육자의 삶을 산 지헌영(1911~1981) 선생이 보문산 동굴에 대해 "일제의 전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변평섭 세종시 전 정무부시장은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1960년대 중반에 지헌영 선생과 향토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는데,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미군 조선의 남쪽에 상륙했을 때 결정적 전투를 대전 산악지대에서 벌이기 위해 일제는 용산에 있던 조선관군사령부를 대전중학교 운동장으로 옮기고, 보문산에 전쟁 목적의 동굴을 팠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변평섭 전 부시장은 1972년 발간한 '한밭승람'에서 "미군에 의해 지속적인 패전을 당해 몰리게 되자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려고 그 결전장을 대전지방의 산악지대로 잡았다"고 기술한 바 있다.

대전에서 결전 목적의 지하호 성격의 동굴을 조성했다는 의견으로 인천시 부평구가 문화원을 통해 연구와 시민참여사업을 실행해 역사와 실체를 규명한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또 역사적 사실 규명에 이은 문화적 승계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내골령골 등 역사적 슬픔을 작품으로 위로해온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 대전에서 벌어졌으나 모르던 일을 찾아 이를 조명하는 것은 역사를 바로 보는 중요한 과정으로, 역사적 가치가 뚜렷해지고 연구자료가 만들어지면 이를 문학적으로 다뤄 시민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29일 대전 유성구 일대 정전…엘리베이터 갇힘 등 신고 24건
  3.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4. 중진공 충남청창사 15기 입교 오리엔테이션 개최
  5. 천안시, 석오 이동녕 선생 미공개 친필자료 담은 전자책 발간
  1. 천안문화재단, 천안예술의전당 전시실 대관 공모 신청 접수
  2. 천안고용노동청, 청년 취업지원 활성화를 위해 10개 대학과 업무협약
  3. 천안시도서관본부, '제61회 도서관 주간' 맞아 다채로운 행사 풍성
  4.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5.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헤드라인 뉴스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2023년 대형산불 발생에 대전과 충남 홍성에서 2년째 복구작업 중으로 이들 지역 산림 복구비용만 총 108억 원가량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많은 복구비뿐 아니라 불에 탄 산림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만 20년 이상이 걸리지만, 최근 10년간 충청권에서 발생한 산불 원인은 입산자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가 가장 많았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2023년 4월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로 당시 축구장 약 800개 면적과 맞먹는 646㏊의 숲이 불에 탔다.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는 조림 등 인공복구가 필요한 37㏊에 대해 대전시와..

제4인터넷은행 탄생하나 대전 시선 집중
제4인터넷은행 탄생하나 대전 시선 집중

대전에 본사를 두기로 대전시와 협약을 맺은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하면서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25~26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심사에 착수한다.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비롯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오는 6월 중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인가전에 뛰어든 곳은 '한국소호은행'을 비롯해 '소소뱅크', '포도뱅크', 'AM..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4월 1일부터 우유와 맥주, 라면, 버거 등의 가격이 동시에 인상된다. 올해 이미 커피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오른 상태에서 다수 품목이 연이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라면 등의 가격이 줄인상 된다. 우선 편의점에서는 4월 1일 오비맥주와 오뚜기 라면·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남양유업 음료, 롯데웰푸드 소시지 등의 가격이 오른다. 가정용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오비맥주 카스는 병과 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

  • 시와 음악을 동시에 즐긴다…‘명시명곡 속 대전’ 개최 시와 음악을 동시에 즐긴다…‘명시명곡 속 대전’ 개최

  • 한화이글스 홈 개막전…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첫 매진 한화이글스 홈 개막전…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첫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