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경제계와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2주 전에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 탐색전을 끝낸 경제계와 노동계 인사들은 이날 모두발언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구분 적용에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경제계는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일부 업종의 어려움이 큰 만큼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은 소상공인 영업이익 감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 증가 등을 들며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이들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별로 40∼50%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 해소를 위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위원(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생산과 수출 등 지표가 개선되는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직접 영향권인 소상공인에게는 딴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업종의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구분 적용 심의를 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실질적인 심의를 못 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자료가 제공돼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은 국민 생활안정을 위한 최소 수단이라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함께 업종별 구분에 대해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차별이라고 맞섰다.
류기섭 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어제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러 모였다"며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 적용처럼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논의는 걷어내고 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이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 수단이라는 점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이 악화하고 해당 업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전했다.
또 앞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배달 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경제계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류기정 위원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며 "케이스별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형태 근로자의 경우 필요성이 인정돼야 (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데 인정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와 법원"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와 노동계는 이날 심의자료로 오른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해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국통계학회가 2023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 원으로 전년 대비 2% 올랐다.
경제계는 "통계는 월 소득 700만∼800만 원의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한 것이라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정책 대상인 최저임금 근로 계층의 생계비 수치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비혼 단신근로자가 최저임금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단신근로자가 아닌) 가구 생계비로 검토해 인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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