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일조량이 급감하며 제때 커지지 못한 수박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인데, 예년보다 높아진 가격에 대전지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1개)의 소매 평균 가격은 이날 기준 2만 5667원으로, 이달 가장 저렴했던 16일(2만 2000원)보다 16.6%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보다 훌쩍 높아진 금액이다. 1년 전 금액인 2만 1700원과 비교해보면 18.2% 상승한 수치다. 올해 수박 가격은 5월 중순부터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다 5월 24일 2만 8800원까지 상승하다 서서히 인하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사과와 배 등 금값으로 불리는 과일에 이어 수박마저 금값 대열에 올라서는 모양새다. 현재 대전의 사과(10개·후지) 소매가는 3만 5833원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할인 지원에 나섰던 3월 18일(2만 4700원)보다 45% 인상된 상황이다. 여기에 배(10개·신고)도 6만 2500원으로, 3월 18일(4만 467원)보다 54.4% 상승했다.
사과와 배에 이어 수박 가격이 출렁이는 데는 기상악화로 인한 착과율 감소와 과실 비대 불량 등 작황이 부진하며 반입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농업관측센터의 '과채 2024년 5월호'를 보면, 수박의 5월 출하량은 1년 전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출하 면적은 1년 전보다 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10% 하락했다. 희소식이 없는 건 아니다. 충청·영남지역에서 4월에 출하가 지연됐던 상품 출하가 5월에 이뤄지면서 수박이 시장에 풀려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은 있다. 다만, 현재 기상 악화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상품 출하가 더뎌지고 있고, 재배 규모가 전보다 축소된 만큼 예년보다 수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수박 가격이 꿈틀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부 고 모(47) 씨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수박을 좋아해 매년 사다 먹었는데, 가격이 전보다 오르면 가뜩이나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만큼만 가격이 돼도 괜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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