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음악 도시 대전을 선포하다'를 슬로건으로 출발한 협회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아이빅아트센터, 문화공감철 등 여러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지역 음악인이 무대에 설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공연뿐 아니라 기부활동이나 사회적 캠페인까지 함께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힘쓰고 있는 박홍순 초대 회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박홍순 회장: 네. 지역 청년, 청소년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인큐베이팅 공연이에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최: 저도 어릴 적에 음악을 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이어나가고 계시는 대표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박: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며 지냈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최: 회장님은 어쩌다가 음악을 하게 되신 건가요?
박: 음악은 초등학생 때부터 했어요.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합창단이나 기타 연주 같은 음악 활동을 했었죠.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재수할 때였어요. 그 당시 들국화, 부활, 시나위, 이런 록 밴드가 많이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그 밴드들을 보고 자꾸 기타로 손이 가는 제 모습에 공부를 접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때 음악 한번 해보겠다고 집에서 발성 연습에 기타 연주까지 소음이 심했을 텐데 이웃분들이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해요.
최: 그럼 회장님은 록 밴드로 데뷔하는 게 꿈이셨던 거네요.
박: 맞아요. 공연도 많이 다니고 녹음 제의도 받았었어요. 그런데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건 제 성격이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컸어요. 안정적인 수입도 없고 낯선 사람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는 게 그 당시에는 큰 부담으로 느껴졌었죠. 게다가 당시 여자친구와, 지금은 아내가 됐지만, 결혼을 약속한 상황이어서 안정된 직업을 찾아 데뷔보다는 피아노 조율사로 눈을 돌렸죠.
최: 보컬부터 기타 연주에 피아노 조율까지 하시다니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시네요. 일하면서도 밴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특히 밴드로 활동하면서 자선 사업과 재능기부를 많이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 결혼 후 보증으로 인해 맘고생을 크게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들었는데 옆에서 아내가 같이 기도하며 이겨내자고 큰 힘이 돼줬죠. 그래서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고,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이런 고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더라고요. 큰 충격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기 전엔 제가 행복하니 다들 똑같이 행복한 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내가 여태 주변을 너무 돌보질 못했구나'라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모아 밴드를 하나 결성했어요. '상처 난 영혼들'이란 의미의 파인애플 밴드라고 이름을 지었죠. 파인애플을 다르게 읽으면 상처 난 사과잖아요.
최: 아~ 파여있는 사과라서요? 하하
박: 네 맞아요. 밴드를 결성하고 첫 행사로 창단 연주회를 열고 티셔츠를 제작해 얻은 수익금을 무료급식소에 기부하려고 했어요. 이 소식을 듣고는 주변에서 창단 연주회를 여는 데에 도움을 많이 주시고 티셔츠도 금방 매진이 됐어요. 선한 일은 주변에서 항상 도우려고 하더라고요.
박: 그렇죠. 우리 밴드 곡 말고도 외부에서 의뢰받아서 제작도 한답니다. 수입이 꽤 쏠쏠해요. 이것도 인큐베이팅 공연과 같은 맥락인데, 지역 음악인들을 키우고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 곡도 써주고 하는 거죠.
대전에서 지하철이 막 생겼을 때, 처음에는 대합실이 텅텅 비어있었어요. 그때도 한창 음악을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 공간을 보고 '여기서 공연을 하면 참 좋겠다'란 생각에 무작정 악기를 들고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주말마다 매주 한 역씩 들러서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했죠. 우리 음악을 듣고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공연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저처럼 음악이 간절하고 공연을 원하는 후배들을 위해 곡을 써주는 거죠.
최: 이미 음악인으로서 많은 성취를 이루셨는데, 앞으로 대전인디음악협회장으로서 이루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박: 후배 뮤지션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대전 지역에서 오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협회장까지 맡게 되다 보니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기자님 같은 언론인이나 시민단체 등등 인맥을 많이 쌓게 됐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는 위치인 만큼 제가 가운데에서 소통의 중심 역할도 하고, 인재를 키우거나 생소한 장르를 더 키울 수 있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 자리가 어떤 시선에서는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자리라고만 생각되겠지만, 사실 선의를 가지고 해야 가치가 더 빛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큰 욕심 가지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약한 곳을 돌보는 뮤지션이 되고 싶네요.
최화진 기자 hwajin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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