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실체의 모순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실체의 모순

그녀가 죽었다

  • 승인 2024-05-30 16:33
  • 신문게재 2024-05-31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522_161922159
영화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유태계 독일인 철학자이자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6)이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아우라의 소멸을 말했습니다. 사진과 영화처럼 근대적 복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이상 어느 한 장소에 존재하는 원본의 위상과 가치가 의미 없어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정한 부류만이 접근할 수 있는 유명 예술작품을 둘러싼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쉽게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소위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예찬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미지는 복제되는 것을 넘어 판매되고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 누구라도 쉽게 전문가 수준의 이미지나 동영상을 제작, 유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윤을 얻게 된 상황이 바로 이 영화의 모티프로 작용합니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 향유자로서의 대중을 주목한 데 비해 이제 대중들은 이미지 복제를 넘어 창작자로서의 위상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촬영과 편집을 통해 유통되는 이미지는 응당 실체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체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가 하는 진실의 가치보다 소비자들의 구미와 취향, 트렌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상품적 가치가 중요하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실체는 관심사가 아닙니다. 얼마나 예쁘고, 고급스런 제품을 소유하며,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가가 중요합니다. 소비자는 제공되는 이미지를 향유하고, 댓글을 달며 기꺼이 후원금을 보냅니다. 그 후원금이 실제로 선한 일에 사용되었는지는 관심 요인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후원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만족감이면 됩니다. 나아가 자신이 보내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통해 한 사람을 파괴하는 일도 즐거움의 하나가 됩니다.

영화는 이미지의 창작, 유통, 소비와 실체의 모순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주인공 소라는 조작되고 포장된 이미지만 유통하고 경제적 이윤을 얻으면 되지 실체가 드러나고 관계성에 얽히는 것을 철저히 회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마침내 실체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정태에 대해 잔혹한 마성을 발휘합니다.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을 활용하면서 범죄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번갈아 제시되던 영화는 그러나 말미에 이르러 오영주 형사의 냉철한 시선과 평가로 주제의식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 중구 재개발 구역 특별순찰
  2. 대전YWCA , 추석맞이 Y-큰장날 개최
  3.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 교통환경 개선방안 논의
  4.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찾아가는 방방골골 은빛영화 상영회’
  5. 대전사랑메세나, YWCA쉼터에 사랑 전달
  1. 유등노인복지관, 중문교회와 후원 물품 전달식
  2. 민관협력 회덕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명절 키트 지원
  3. [수시특집] 나사렛대, 2025학년 수시모집 1213명 선발…간호학과 제외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어
  4. 천안시, '천안사랑상품권' 소상공인 매출 증대·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평가
  5. [수시특집] 나사렛대, "전국에서 등교가 가능한 대학이에요"

헤드라인 뉴스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공동주택 부정 청약자 10명 중 7명은 위장전입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으로, 공정한 청약경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청약 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를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9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불법전매 및 공급질서 교란행위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부정청약 건수는 모두 1116건에 달했다. 이 중 위장전입이 778..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 리더스시티 5블록에 입주를 앞둔 천동3구역 원주민들이 시행을 맡은 기업들과 분양가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인근 4블록에 비해 5블록 분양가가 2500여만 원 높게 책정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원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원주민과 사업 관계자 간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양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5일 대전 동구 등에 따르면 천동3구역 주거환경개선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계룡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계룡건설 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 ‘가을은 수확의 계절’ ‘가을은 수확의 계절’

  •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