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국회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등을 표결하는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선(先) 구제, 후(後) 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의 경우 국민의힘 불참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했지만, 대통령실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 등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을 위해 필요한 196표(3분 2)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19표가 모자랐다. 앞서 특검법을 찬성하는 범야권은 180표, 반대하는 범여권은 115표로 추산됐었다.
채상병특검법은 2023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올해 4월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후 5월 2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지만, 같은 달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일주일만인 이날 재표결에 부쳐졌다.
부결 직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열 번째 거부권에 분노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재의결을 촉구했던 국민 목소리를 집권여당은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상병 특검을 재추진하겠다. 부당한 지시를 내린 책임자, 외압을 행사하며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배후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대통령실의 개입 증거가 차고 넘친다. 총선 민심보다 더 크게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다”며 “혁신당은 22대 첫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하겠다. 22대 국회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만들자고 여섯 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재의결 전 국민의힘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총회에서 "특검법은 민주당이 정쟁과 분열을 위해 만든 악법이다. 민주당이 만들고 민주당이 수사하는 민주당을 위한 악법"이라며 "겉으로는 외압 의혹 수사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국정을 흔들고 탄핵을 추진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대를 호소했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우선 변제하고 추후 채권 추심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의 공동주택 전기나 수도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전세사기특별법 내에선 구조가 어려웠던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한 명도소송 유예, 공개 매각 유예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선 구제' 기준은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최우선변제금 기준인 30%를 기준으로 잡았다. 30% 이상의 선 구제 액수에 대해서는 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피해자 요건인 보증금 기준은 현행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피해자 범위에 외국인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돼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대통령실과 정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해 윤 대통령의 열한 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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