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 100여 명이 중앙로 지하상가 입찰 반대 및 시장 면담 요청 접수증을 들고 이장우 대전시장과 면담하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들 100여 명은 23일 대전시청 로비에서 대전시가 지하상가 점포 440개에 대해 일반(경쟁) 입찰 공고를 게시하자 삶의 터전이 날아가게 생겼다며 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전 일찍 시청을 찾아 '중앙로 지하상가 입찰 반대 및 시장 면담 요청'을 시에 제출했다. 시청 로비 바닥에 앉아 시장과 면담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상가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장사마저 중단하고 왔다"며 "우리가 범죄자도 아니고, 시장님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죄가 있다면, 대전시에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죄밖에 없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울먹였다.
대전시는 7월 5일부터 중앙로지하도상가 운영권을 산하기관인 대전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하겠다며 전날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에 공고문을 게시했다. 입찰 대상은 440개 점포로 1년 사용료 최고가를 제시하면 낙찰받는다. 점포 사용은 최장 10년이다. 29일까지 신청을 받고, 30일 낙찰자를 선정한다.
이에 상인들은 440개 점포 입찰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초 580개 점포로 시작해 점포마다 확장을 합쳐지거나 줄어든 수까지 포함하면 100여 명의 상인들은 입찰의 기회조차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최고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어렵게 장사하는 이들은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꼬집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왔는데,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에서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다고 호소한다.
유수환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회장은 "그간 점포를 넓히거나 합치는 등의 사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100여 명의 상인은 입찰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거리로 쫓겨나게 되는 상황과 다른 바 없다"며 "지금은 입찰이 진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순 있지만, 나중엔 이런 목소리조차 낼 힘조차 남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입찰 연장이나 상인 보호 대책 등을 마련해달라며 이 시장과의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인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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