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보강한 개정안에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구상권 청구 절차는 있지만 사인(私人) 간 거래에서의 피해를 정부가 구제해준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 의사일정을 변경해 강행할 태세다. 사회 초년생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 주거 복지 차원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기존 특별법이 구제에 미흡하다면 여야 합의로 고치는 게 당연하다.
결과론적이지만 굳이 묻자면 부실 감독과 전세대출 관리에 소홀한 책임이 없지 않다. 잘못된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나 보증보험제도의 불안정성, 부동산 등기 시스템 미비도 지적할 수 있다. 전세사기가 구조적으로는 사회적 참사 성격이 짙다. 주택도시기금 손실만이 아니라 '선 구제 후 회수'를 요구하는 피해자 걱정도 해야 한다. 보증금에 꿈과 미래까지 송두리째 빼앗은 경제적 살인 행위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찾아야 할 것은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도다.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기간에 비해 피의자 형량이 짧은 사실에도 피해자들은 분개한다. 사기죄 가중처벌 기준을 조정하고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심의하긴 했다. 조직적 사기범죄가 아니더라도 올해 하반기 형량 범위를 정할 때 적극 반영할 부분이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22일 요청했듯이 최대 징역 15년인 양형 기준은 손볼 필요가 있다. 13년 전 만든 기준이다. 범죄 양상의 심각성을 고려해 양형 기준에 대한 최종 의결을 내년 3월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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