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이하 과기연구노조)은 22일 성명을 내고 충분한 분석과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지시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에 신중한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300억 원 이상 대형 R&D 사업의 예타 전면 폐지를 지시했다.
그동안 연구현장에선 예타를 둘러싼 각종 문제가 제기됐던 바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R&D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사업 추진에 힘을 받기 어려웠던 탓이다. 때문에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전면 폐지는 이야기가 또 다르다는 분위기다. 전면 폐지를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기연구노조는 성명을 통해 "단순히 예타 제도를 폐지하면 부실, 중복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거름장치가 없어지고 대형 연구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충분한 검증 없이 정부 관료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대형 예산 집행이 아무런 견제장치나 검증장치 없이 부처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효율과 카르텔을 조장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4년 국가 R&D 예산 삭감 사태 여파가 큰 상황에서 또다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가 정책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기연구노조는 "2023년 6월 카르텔 운운하며 사상 초유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일방적으로 지시했다가 또다시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타 폐지를 지시했다"며 "연구개발 예산 삭감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부처 내 충분한 의견 조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정한 국가 미래 원천기술 개발이나 도전·혁신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독단적 즉흥적 정책 결정이나 지시를 지양하고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 수렴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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