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넉 달째로 넘어가고 있다. 서울고법이 의대 증원 방침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의료계 요구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전공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의료 체계는 물론 학사 운영에까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내년도 전문의 취득을 위한 D데이인 20일을 넘겼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주요 수련병원을 지키는 전공의는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의대 증원 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이번 주중 확정을 앞두고 있다.
재판부는 "정부가 의사 인력 증원에 관해 의사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했으나 의사협회 등은 "정부의 의대 증원은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진심으로 국가 의료 시스템 붕괴를 걱정한다면 전공의는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도 의료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절대적 약자인 환자를 볼모로 한 비윤리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정작 의료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흉부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일이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역량의 몇 분의 일이라도 필수의료 분야 재건에 쏟았다면 시스템 붕괴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의사가 수호해야 할 윤리의 첫째는 뭐라 해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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