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
따르르릉. '3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아들을 해치겠다'는 전화가 왔다. 17년 전 늦은 봄 점심시간.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학원에 가다 불상의 남자로부터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이건 실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2년 전 실패한 작전 때문에 비난의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었다. 그때는 남의 관내였고 노년의 여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나의 관내였고 그것도 남자아이가 유괴된 것이었다. 또한, 영화 '그 놈 목소리'를 개봉한 지 석 달가량 지난 상태였다.
'참 운도 없네. 이런 사건이 왜 나에게 발생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직원들이야 검거하면 승진도 하고 기회의 장이지만, 팀장인 나는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삐끗하면 서해안 어느 한적한 곳으로 유배를 갈 판이었다.
오후 3시경. 1차 접선 장소를 알려왔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긴밀하게 움직였다. 오후 6시 무렵 다시 제2차 접선 장소를 알려왔다. 관내 톨게이트 입구 주변의 대로변이었다. 그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해 질 녘이 가장 어두운 법. 그는 그때를 맞춰 나타났다. 그는 가방을 받은 후 아이를 내려주고 차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어둠 때문에 나는 상호 교환장면을 보았어도 차량 번호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서무직원의 차량을 타고 가장 먼저 쫓았다. 엄청난 과속으로 쫓아갔다. 그러다 주택가로 급우회전하는데 우리는 우측으로 꺾지를 못했다. 차량을 놓친 것이다. 바로 무전으로 도주 방향을 전파했다. 그리고 약 5분간 머릿속이 멍했다. 5분이라는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였다.
다음 날 아침. 당시 경찰청장님이 우리서를 방문해 특진임용식을 가졌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지만 신나게 박수쳐 주었다. 나로서는 본전이었다.
지난달 말, 새로 진용을 갖춘 제2기 충남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등 7분이 충남청을 방문했다. 우리청에서는 각 기능별 소개를 했다. 우리 상황실에서는 인질극을 가장한 FTX를 시연했다.
한 아파트 입구에서 칼로 젊은 여성을 위협, 차량에 납치하고, 차량으로 이동 중 관할 형사가 도주로를 막고 검거하는 시나리오였다. 모든 과정은 상황실에서 모니터에 현출시키도록 하였다. 마지막 연습 때 인질범의 액션이 너무 작아 인질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보완 요청도 해둔 터였다.
당일 실전 같은 연습. 위원님들이 참관하는 마지막 FTX에서 인질범은 상황 연기를 영화배우보다 잘하였다. 나무에다 은박지를 칭칭 감아 횟칼로 보이게끔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질범이 차량을 끌고 대로에 나오는 순간, 우연찮게 그곳을 지나던 인접서 젊은 형사가 실제상황으로 오인하고 차량을 급정거시켰다. 인질을 구하려 열혈단신 뛰어든 것이었다. 이 때문에 추돌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며 이단옆차기 하는 장면과 같은 상황이었다. 연습은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이 났다.
이종원 자치경찰위원장님과는 연이 깊다.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충남청 경비과에서, 홍성서, 대전동부서에서 호흡을 맞췄다. 동부서장 할 때는 발바리 검거작전을 진두지휘하시기도 했다.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사회적 약자와 교통 약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들을 적극 펼쳐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치경찰위원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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