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R&D 예타 폐지 추진에 대해 과기계는 대폭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한 반발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기계 카르텔을 근절하겠다며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가 선심 쓰듯 예타 폐지를 결정하며 R&D 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R&D 예산의 지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예산 편성권자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R&D 사업에 대한 예타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전문 검토 기능을 강화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재정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는 동시에 법령 개정 전 과도기에 예타 유연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시스템 개혁을 토대로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주요 선진국들의 예타 없는 기획·보완 중심의 사전 검토 제도를 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R&D 사업에 대한 예타 폐지를 위해선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 R&D 예타 개선은 과기계의 숙원 중 하나지만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절차나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무턱대고 폐지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당장 급한 R&D 추경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R&D 예타 폐지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부작용 최소화와 실효성 확보 등 보다 치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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