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종교(宗敎)를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 그 대상·교리·행사의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애니미즘·토테미즘·물신 숭배 따위의 초기적 신앙 형태를 비롯하여 샤머니즘이나 다신교·불교·기독교·이슬람교 따위의 세계 종교에 이르기까지 비제도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종교란 "신(내지 절대적인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헌법학자들 역시 "종교란 인간의 형이상학적 신앙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상념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초인적인 절대자에 대한 귀의 또는 신과 내세(피안)에 대한 내적인 확신의 집합개념(허영)"이라고 하는 등 대체로 종교의 개념을 정의할 때 신(神)의 존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종교의 개념에 있어 신의 존재를 필수적인 요소로 본다면, 무신(無神)의 믿음, 즉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 내지 세계관을 일종의 종교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도 포함되기에, 무신의 자유 역시 종교의 자유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의 존재와 무관한, 가령 유교(儒敎)는 과연 종교일까?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은 유교를 "유학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르는 말.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하며 사서삼경을 경전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정의에 따르면, 유교란 유학이라는 일종의 학문(學問) 내지 가르침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신의 존재와 상관없는 어떠한 철학 내지 체계 또한 그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진다면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계속하여 급격하게 탈종교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8년도에는 종교인 53%, 무교인 47%의 비율이었던 반면, 2022년도에는 종교인 37%, 무교인 63%의 비율로 변화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러한 탈종교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추측을 해봅니다. 현대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비중에 있어 신비로운 선험의 영역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의 영역이 커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종교의 자유의 관점에서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신에 대한 믿음과 신에 대한 어떠한 믿음이라도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일반적인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특정 종교들을 사이비 종교(似而非 宗敎)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이비 종교를 분류하는 기준은 어떠한 신을 믿느냐보다 신을 믿는 방식이 반사회적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논리와 합리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신(神)과 종교(宗敎)를 바라봄에 있어, 논리와 합리의 영역이 상당히 스며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탈종교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다시 과거와 같은 위세를 갖기 위해서는, 선험과 신비의 신격(神格)을 논하되 경험과 생활의 신격(신격)을 갖추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21세기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은 나의 현재 생활을 집중하게 해줄 수 있는 "생활종교"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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