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 부국장 |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는 당선인들의 손에는 캐리커처와 함께 광주시 주요 현안사업이 담긴 책자도 들려있었다. 이 자리에는 광주시장은 물론 광주시교육감도 참석해 함께 축하하면서 현안사업 6건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당선을 축하하는, 어찌 보면 과한 이벤트지만 그 효과는 충분했으리라 짐작해본다.
광주뿐 아니다. 전북과 대구, 경북에서도 상견례를 겸해 당선인 초청 행사를 마련했다. 딱딱하고 형식적이 아니라 저마다 지역 특색에 맞게 당선인들을 과할 정도로 띄워주면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사실 부럽기도 하다. 대전과 충남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 전북, 대구와 경북 등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은 든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국회의원까지 정치적 뿌리와 지향점, 소속 정당이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 보니 마음을 모으기가 한결 수월해서다. 각종 선거 때마다 여야가 대립하며 반목해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대전과 충남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호남이나 영남 정치세력에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경쟁할 때와 대화할 때, 타협할 때와 힘을 모을 때는 달라진다. 지역에 피해를 주거나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쟁취해야 할 때는 조건 없이 통 크게 합심하는 풍토가 오랫동안 쌓여 있다. 영남과 호남 모두 국가권력, 대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해봤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을 이끌며 누렸던 수많은 혜택과 수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존감, 자부심…. 국가권력 앞에 내부 갈등이 얼마나 부질없고, 국가권력을 잃었을 때의 고통과 상처, 폐해를 뼈저리게 느껴봤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실과 국회에 근무하면서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 영남과 호남, 제주 등 전국 광역단위의 지역신문을 모두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배달되는 지역신문들을 꾸준히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소위 중앙지라고 하는 전국지에선 볼 수 없는 지역만의 독특한 특색과 시각들이다.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얻어내고 관철해내기 위해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한다. 지역민들의 삶을 깊숙이 파고들고 지역 경제와 지역 교육, 지역 문화 등 전반 분야를 통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정부를 설득한다.
특히 정부 권력, 즉 대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국가권력을 잡고 국정을 이끌어봤던 영남과 호남은 충청과 강원, 제주 등보다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결정적인 시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통일한다. 국정의 키를 잡았던, 그 황홀한 ‘그립감’(Grip感)을 잊지 못해서다.
물론 대전과 충남은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제반 환경에서 차이가 크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상당히 어렵다. 더 안타까운 건 ‘충청 대망론’을 꿈꿀 수 있는 대표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충청의 힘만으로는 어려워 넓게는 영남 또는 호남 정치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당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에서는 경쟁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반대 세력까지 넉넉히 품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다시 지필 ‘통 큰 충청인’은 언제쯤 나타날지 궁금하다.
서울본부 윤희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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