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변호사. |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칫 스토킹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최근 층간소음 복수에 대해 스토킹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음을 명시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빌라 아래층에 살던 피고인이 불상과 같은 도구로 여러 차례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어 이를 위층에 살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스토킹범죄처벌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므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사실 검사로 근무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에 하나가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만한 마땅한 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사를 상대로도 스토킹 행위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단순한 협박이나 폭행에 대해서도 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보다 더 공포스럽고 심각한 피해를 가하는 스토킹 행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다행히 2021년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범죄적인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판례들이 쌓여가면서 법률적인 쟁점들도 하나, 둘 정리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번 판결에서 막상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은 층간소음에 복수하기 위해 천장을 두드리는 것이 '스토킹'이냐는 것이다. 누구나 떠올리는 스토킹의 형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몰래 추적하고 쫓아다니는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위층 사람들은 사실상 처벌할 수 없는데 소음에 시달리다 못한 아래층에서 큰 소리를 낸 것은 정작 '스토킹' 범죄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대법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을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2.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 3.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일 것, 4.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법 문언상의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것을 엄격하게 판단하였고,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라는 요건에 대해서도 객관적 지위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이번 판결의 사실관계를 돌아보면 아래층의 피고인은 대화를 통한 해결의 경로를 모두 차단해 버리고 위층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을 낸 나머지 다수의 이웃들이 이사를 결정하게 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는 충분히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당장의 소음 자체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이 소음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걱정에서 비롯된다. 원만한 대화로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대화가 통화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고통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그렇다고 해서 스피커 등을 통한 보복은 더 이상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 등을 이용한 해결방안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층간소음에 대해서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이 보다 쉽고 보다 강력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해배상에 미온적인 법원의 경향이 단지 층간소음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의 사적인 보복을 고려하게 만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보충적이어야 할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이 오히려 민사적 해결책보다 우선되는 것이 아닌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여러 개선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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