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장애인 제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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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장애인 제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

박경순 교수( 한남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

  • 승인 2024-05-12 23:35
  • 수정 2024-05-12 23:39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박경순
"신은 조금 아프거나 특별한 아이를 세상에 보낼 때, 이 특별한 선물을 감당할 만큼 착하고 큰 사람을 고른다 했다."

몇 해 전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보던 중 영옥의 위 대사가 이목을 끌었다.

30년 전, 등굣길 교통사고로 장애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은 필자에게 이 대목이 다가오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착하지도, 큰 사람도 아닌 내가 중증장애인으로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신 스승님이 계시다.

사고 이후, 돌아온 학교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졌던 것이 바로 ‘계단’이었다. 나를 매번 등에 업고 계단을 오르내려 주시던 담임선생님께서 언젠가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하셨다.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 당시 선생님께서 고안해주신 방법과 훈련 덕분에 의족을 착용하고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차있던 내게 스승님 한 분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운 시련이 있단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강한 사람이 되는 법이지. 선생님은 언제나 마음씨 따뜻한 경순이를 응원할테니 무엇이든 열심히 하렴. 네게는 또한 원만한 교우관계가 있으니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 큰 재산이 될거라고 믿는다."

스승님의 말씀 한마디가 응원이 되어 장애는 나를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드는 연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고,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스승님들의 올바른 가르침과 베풀어주신 은혜 가운데서 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홉 살의 연약한 내 생명이 큰 사고 가운데서도 외롭게 끝나지 않았다는 점, 양쪽 다리만 잃었을 뿐이지, 공부할 수 있는 머리와 필기할 수 있는 손, 문장을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 말할 수 있는 입과 목소리가 온전히 남아있다는 사실.

'나는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 할까?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대학 4학년, 교생실습에 나와있던 내게 격려 차 방문해주셨던 교수님과의 상담 덕분에 교사라는 꿈은 잠시 접고, 대학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장학조교 자리를 맡겨주셔서 경제적인 부담없이 석·박사과정을 다닐 수 있었고, 훌륭하신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 연구와 학업에 매진하면서 조금씩 학자로서 성장하였다. 초,중,고 시절, 그리고 대학, 대학원에서 내게 많은 가르침과 은혜를 베풀어주신 은사님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비록 신체적 장애는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담임을 맡고 있던 제자가 하루 아침에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되었을 때의 그 마음을 30년 전에 편지로 써주신 글에서 제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발견한다.

"병원에서 그 아프고 정신이 없었을텐데 나를 알아보고 선생님 하고 불렀을 때 그 기억이 자꾸만 난다. 얼마나 놀랍고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살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정말 경순이는 그 아픔을 참아냈고 하였으니까 앞으로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참 잘 참아냈다. 어른도 참기 어려운 그 아픔과 고통을... 몸이 불편하겠지만, 나보다 더한 사람을 생각하고 참아내기 바란다. 그 시간만, 아니 몇 초만 피했어도 네가 평생 고생 않는 걸. 네 생각만 하면 나는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고, 더 굳게 굳게 열심히 참아내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바라겠다. 장애인들도 열심히만 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박경순 교수( 한남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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