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가 자취라 할 수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시절에는 부모님 품을 벗어날 때부터라고 생각하며 '그게 그 의미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원룸에서 생활할 때 '자취란 이런 거구나'를 깨닫고 20살 때 단어의 의미는 바뀌었다. 밥을 직접 해 먹고 집안일부터 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혼자 해야 했고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스스로 해야 했다. 최대한 노력해야 했고 그것마저 안돼서 필요할 땐 주위 친구들에게 부탁해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다 5년이 흐르고 25살. 취업을 하고 월세를 내고 관리비, 수도세, 밥값 등 내야 할 돈이 줄줄 나갈 때 다시 한 번 자취가 바뀌었다.
대학교 4학년 때 친구와 함께 살다 평택에서 대전까지 통학도 해본 적이 있다. 그 때엔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타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중간에 시간이 비면 독서실, 친구 집, 학교를 전전하며 남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자취를 한 번 해보니 통학은 생각도 안 하고 살았다. 혼자 살던 생활에 익숙해져 부모님과 함께 사는 건 생활 패턴을 다시 맞춰야 해서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다시 홀로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았다.
부모님 지원 없이, 주위에 친구도 없는 현재의 삶이 다시 바뀐 25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회사에 다니고 돈을 벌어 자유롭게 생활하는 현재. 돈을 사용하는 개념이 바뀌고 장단점을 알게 됐다. 부모님이 없어 친구들과 편하게 놀러 다닐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밥을 시켜먹거나 해먹을 수 있어 장점인 반면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살다 보니 고등학생 때까진 밥부터 빨래까지 부모님이 해결해주셨던 순간이 그리워지더라. 단점 또한 부모님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집을 옮기고 하루, 이틀 생활하면서 다시 본가로 들어가야 할까 고민을 수없이 한 거 같다. 자유를 포기하고 편안한 집에서 집안일 아무것도 안 하고 회사만 다니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이냐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느냐를 따지고 본다면 사실 혼자 생활하는 게 더 좋다. 집안일을 하면서 나중을 위한 대비를 할 수 있고 25살이 돼서 부모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삶을 사는 것 보다 재밌게 지내며 혼자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혼자 생활하며 독립심을 기르고 자식 한 명 키우는데 이만한 노력이 들었을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생활을 했던 17살, 밥부터 빨래까지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했던 20살, 월세부터 모든 걸 혼자 하는 통장에서 돈이 줄줄 새는 25살의 자취. 세 번이 바뀐 이 의미는 더 얼마나 바뀔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김윤경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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