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 오피니언면에 <프리즘> 칼럼을 연재하는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가 정치 현실에서 통합을 실현한 세계의 정치지도자 10인의 리더십을 살펴보고 있는 책 <통합정치와 리더십>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재일 대표 |
유재일 대표는 “'통합정치'(integrative politics)를 '구성개념'화해 여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정치 현상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실천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또 “저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해 온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후학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학문적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광범위한 자료를 토대로 한 탄탄한 전개가 돋보이는 책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수의 도표와 그림을 제시한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유 대표는 “정치의 본령을 ‘시대적 가치나 과제라는 공공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쟁과 통합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며 “권력을 가지고 지키려는 집단이나 권력을 쟁취하려는 집단 모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층, 이념, 정책 등 다양한 측면에서 투쟁하거나 연대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또 “이처럼 정치는 투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행위를 통해 권력을 추구하려고 하는 행위로, 이와 같은 정치의 양면성이 정치의 본질이자 고유한 성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두 요소를 당연시하고, 특히 투쟁과 갈등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것은 그 후과를 사회가 감당해내야 한다”며 “이게 바로 통합이 강조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유 대표는 특히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이며 역동적인 변화와 발전을 보이면서, 그 이면에 수많은 갈등요소를 폭탄처럼 안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며 “이전의 사회적·정치적 갈등들이 미처 해소되지 못한 채 새로운 유형의 갈등들이 상승작용을 함으로써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균열구조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런 한국 사회의 상황에서 사회 통합에 대한 정치 영역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 책은 그에 대한 역사적,이론적, 실천적 모색을 위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G20 국가군 중 10개 국가에서 통합정치를 실천한 정치지도자의 사례 - 중국의 쑨원,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영국의 토니 블레어, 한국의 김대중,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브라질의 룰라 다시우바 - 분석을 통해 한국적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저의 목적은 단순히 '통합정치'를 개념화, 이론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며 “제가 모색하고 있는 통합정치의 개념이 학문적 측면에서나 실천적 측면에서 보다 의미있게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통합정치와 관련한 담론을 탐색하고, 통합정치의 실현 방안을 모색하며, 통합정치를 실천한 리더십 사례를 살펴보면서 도출한 통합정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먼저 통합정치는 정치공동체의 으뜸가는 선(善)인 공공선을 추구하며,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 평등, 우애를 지향한다.
다음으로 통합정치는 투쟁과 통합이라는 두 축의 정치적 행동 양식을 아우른다. 통합정치는 지난한 역사 과정에서 쟁취해 온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다양한 가치와 이익을 둘러싼 정치적,사회경제적 갈등과 분열을 협력, 공존, 연대 등과 같은 통합적 방식으로 해결해 온 일련의 경합과 협치의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정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예술’이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과 실천성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관용적 시민문화와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반한 정치문화의 조성이 필요하고, 협의제 민주주의와 정치적 효능감을 위한 정치제도가 구비되어야 하며, 진실, 용기, 관용, 통찰과 같은 정치적 덕목을 디서플린(disciplin)한 정치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유 대표는 “'협치', '통합'이라는 단어가 한국 정치의 화두가 된 상황은 한국 정치가 극심한 갈등과 대립의 상태라는 걸 나타내주는 반증”이라며 “특히 한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지역,이념,세대, 계급, 성별 등 몇몇 측면에서의 갈등과 분열상은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때 우려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런 현실은 '통합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요구한다”며 “특히 정치행위자들의 소명의식과 역할,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고, 이 책의 역할 또한 통합정치의 실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맺음말에서 “어쩌면 통합정치는 정치 영역에서 색다른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꿰지 못한 구슬일지도 모른다”며 “통합정치는 꽃으로 표현하자면, 진흙에서 자랐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연꽃이나 아름답지만 뾰족한 가시 때문에 위험하게 느껴지는 화사한 장미보다는, 칼 모양의 입과 붓을 닮은 꽃봉오리를 지닌 다채로운 붓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이는 통합정치가 연꽃이나 장미가 상징하는 고결한 정치나 열정의 정치보다는, 들녘이나 도심 곳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붓꽃이 함축하는 ‘다양성과 연결의 정치’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 표지에는 독자 여러분께서도 익숙하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붓꽃들’(Irises,1889)을 실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표는 대전고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전대학교 교수, 한국정당학회장, 국회도서관장을 지냈고, 현재 사회공헌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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