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는 법원 결정을 목전에 두고 여전히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는 정원 증원과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와 증원 인원을 각 대학에 배분하기 위한 교육부 주도의 배정심사위 회의록 등의 진위를 의심하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법정 위원회가 아니라 법령에 따른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며 회의 내용을 정리한 결과 등 법원이 요구한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했다고 맞서고 있다.
법원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20일이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이 되기 때문이다. 2월 집단 이탈한 고연차 전공의들이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미달로 내년에 전문의 시험을 볼 자격을 잃을 상황이다. 고연차 상당수가 필수 진료과 전공의로 의료 현장에 미칠 파급력은 크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증원 절차는 중단되고, 본안 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각 의대는 기존 모집 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 중단될 국면이다. 역대 정부의 의료 정책을 좌우했던 의료계 힘의 원천은 역설적으로 환자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환자와 국민은 의정 갈등의 결말을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분명한 건 정부나 의료계가 법원의 결정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불안에 떠는 환자와 국민의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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