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권력 공간과 탐욕의 문제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권력 공간과 탐욕의 문제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

  • 승인 2024-05-09 16:44
  • 신문게재 2024-05-10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혹성
영화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 포스터.
영화는 제목과 같이 일정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모티프로 합니다.

그 공간은 위치를 점한 3차원의 물리적 상태이기보다 다분히 권력이 작동하는 정치적 성격이 강합니다.

스스로 황제이고자 하는 에코 세력의 우두머리는 압도적 크기와 완력으로 권력을 행사합니다. 독재자에 가깝습니다. 숫자로는 에코 세력에 못지않으나 크기와 완력이 약한 유인원과 극소수에 불과한 인간들이 에코의 우두머리 시저의 성에 갇혀 있습니다.

시저의 성을 파괴하고 탈출하기까지 약자적 존재인 유인원과 인간은 선의 위치에 있습니다. 악을 상징하는 에코 세력은 불의하고 부당한 권력의 악당으로 그려집니다.



선하지만 약자인 세력이 연대하여 악하고 불의한 강자에 맞서는 구도는 서구의 전통적 서사 구조와 맞물립니다. 그리고 유인원들의 차세대 리더격인 노아와 인간 여전사로 보이는 메이는 희생을 무릅쓰고 공동체를 구원해 내는 영웅입니다.

문제는 악당인 에코 세력을 수장시키고 탈출한 뒤의 일입니다. 영화의 진정한 주제의식은 여기서부터 드러납니다.

살아남은 승리자 메이를 필두로 한 인간과 유인원들의 목표와 가치가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황폐화된 문명을 재건하고 온 지구 위에 군림했던 옛 영광을 복원하려 합니다. 유인원들은 자연과 조화롭게 삶의 터전을 일구고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메이와 노아가 작별 인사를 나누려 할 때 노아는 메이에게 인간의 욕망을 지적합니다. 결국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 하는 인간의 욕망이 유인원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하고 회의합니다.

에코 세력의 성이라는 권력 공간으로부터 탈출했지만 남은 두 세력은 지구 전체를 놓고 또다시 권력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영화는 노아가 자신의 목에 걸었던 장신구를 메이에게 주는 것으로 주제를 표현합니다.

그런데 다양성 속의 공존을 그려낸 장신구는 상징입니다. 메이의 허리춤에 감춘 권총은 상징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적 무력입니다. 혹성으로부터 탈출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그곳 역시 여전히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임을 영화는 근심합니다.

미래 시대이지만 인간 문명이 거의 파괴되고 자연 풍광이 스크린을 압도하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 탐욕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여줍니다. 미래와 원초를 같은 풍경으로 그려내는 것은 그 자체로 깊은 상징이 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3.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4.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5.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1.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2.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헤드라인 뉴스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철회하고 학교에 복학을 신청하면서 의학교육이 1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주 의대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느냐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인 31일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의 의대에서도 대체로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 의대는 3월 30일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으나 몇 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는지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2..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케이크 가격도 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1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와 음료,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케이크 가격은 2000원 올리고 조각 케이크는 4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은 3만 7000원에서 3만 9000원이 됐다.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 8000원이다. 딸기 생크림은 3만 6000원이고 클래식 가토 쇼콜라 가격은 4만원이다. 조각 케이크는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1..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탄소 중립을 위한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해 대전시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간 자전거 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단절 구간이 많아 교통 분담률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시 자전거 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023년 기준 937㎞로 2010년 586.9㎞ 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1.85%(2021년 기준)로 여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색의 봄 3색의 봄

  •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