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을 밥 먹듯이 다니는 프로직관러로서 상위리그와 하위리그의 차이를 몸소 느끼는 중이다. 하위리그로 갈수록 팬과 선수 모두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대부분 월드컵 경기장, 축구 전용구장을 사용하는 1부리그와 달리 2부리그, 그 외 하위리그는 종합운동장 또는 보조구장에서 뛰고 있다. 트랙을 끼고 있다 보니 시야가 좋지 않아 경기 몰입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노후된 시설로 인해 불편을 초래한다. 실제로 원정석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급하게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비가 장맛비처럼 쏟아지던 날 소위 말하는 수중전이 치러졌는데 미끄럼 방지 같은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팬이 넘어져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K3리그 7라운드 경기 도중 한 선수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이마가 깊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문제는 이송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기장에는 구급차가 아닌 검은 승합차가 들어왔고 짐으로 인해 들것을 실을 공간이 없어 다친 선수가 스스로 차에 올라타야만 했다. 구급차를 요청했으나, K3,4리그 규정상 경기 중에는 응급구조차량 1대 이상과 예비차량이 반드시 배치돼야 하기에 구급차가 떠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K리그 전체를 아우르는 완전한 승강제가 2027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완전한 승강제'란 1부리그부터 아마추어 리그인 K7리그까지 각 리그 간 승격, 강등이 이뤄지는 제도다. 프로 축구가 첫 출범한 1983년 이후 44년 만에 시행되는 만큼 사전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실질적인 규정 보완, 인프라 개선이 따라오지 않으면 이 승강제도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 모든 리그가 1부리그와 같은 수준의 환경이 되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맘 놓고 뛸 수 있는, 응원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마흔한 살 K리그의 성장통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아픔이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역동과 감동의 K리그가 더 단단해질 그날을 응원한다.
이하람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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