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판암동에서 전경숙(70) 어르신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한은비 수습기자) |
지난 3일 오후 대전 동구 판암동 한 카페 안. 지난 6개월간 대전 동구에서 진행한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을 받고 키오스크 이용에 능숙해진 전경숙(70)씨를 만나봤다.
이 교육은 동구가 디지털 취약계층 해소를 위해 관내 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찾아가는 디지털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씨는 키오스크를 꾹꾹 조심스럽게 터치하며 'TEA' 메뉴 카테고리를 찾아 '아이스', '매장 컵' 등 차례대로 선택하며 마지막 결제 단계에 카드를 투입, 메뉴 주문을 끝냈다. 한 번씩 당황한 모습으로 멈칫은 했지만, 능숙하게 메뉴 주문을 한 모습이었다.
전씨는 "어딜 가든 키오스크가 활성화가 돼 있어서 배워야 하구나 싶었다"며 "나이가 있어도 주위를 보면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배워도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계 자체를 만지는 걸 어려워한다. 기계를 접하기 전에 기계가 잘못될까 봐 혹여 잊어버릴까 봐 우려한다"며 "하지만 해보니깐 선생님들도 도와주고 하니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한다.
전 어르신은 교육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답을 했지만, 반복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한 번 배우면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계속 가르쳐주고 반복 교육을 해야 한다"며 "이미 교육받은 사람한테도 한 번 또다시 물어봐야 한다. 안 그러면 포기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선 숙제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사업 효과가 빛을 보기 위해선 안정적인 국비 지원 여부가 필수다.
중도일보 취재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격차 해소 기반 조성' 사업의 2024년 예산은 428억 6400만 원으로 전년(859억 1000만 원)보다 52%나 줄었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타격은 대전시도 입었다. 해당 예산을 받아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하는 대전시에 편성된 올해 국비는 9억 원으로 전년에 편성된 예산 25억 원에 비하면 64%나 줄어든 것이다. 국비가 줄어들다 보니 시비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올해 대전시는 전년에 투입한 시비 9400만 원에서 절반 이상 줄인 3400만 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배움터와 강좌 수, 수강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점차 고령층은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진섭 안동대 아동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금은 디지털 정보화 사회다. 교육에 기회가 줄어들면 디지털 정보 격차는 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반복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어르신도 교육 및 훈련을 받아서 현장에 나가 교육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이 가능하신 어르신이 현장에 나가 교육을 직접 한다면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은비 수습기자 eunbi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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