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를 둘러싼 환경이다. 한국 기업은 '특허 괴물'로 불리는 해외 특허자산관리업체(NPE)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5년 간 미국에서만 40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이중 절반이 특허자산관리업체가 제기한 소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소재와 공정 등 특허 무단 사용이 확인된 580건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은 그나마 대항력을 갖추고 있으나 벤처기업 10곳 중 9곳은 소송 장기화로 인한 부담으로 소송을 포기하고 있다. 특허침해 소송 등을 둘러싼 국내 여건은 우려할만하다. 대전에 위치한 특허법원에 접수되는 소송은 갈수록 감소하며 지식재산 분쟁 사건의 무대가 해외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지식재산 소송에서 미국과 독일 법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고,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진단이다.
대법원이 국제 지식재산 분쟁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법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대법원은 최근 노태악 대법관을 회장으로 하는 '국제 분쟁해결 시스템 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기관과 벤처기업이 집적된 대덕특구는 국가와 지역의 큰 자산이다. 특허법원·특허심판원·특허청이 자리한 대전이 궁극적으로는 '특별법원'을 유치해 국제 지식재산 분쟁 해결의 '성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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