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한 관세음보살이 일본 대마도에 있다가 국내로 돌아온 것은 2012년 10월이다. 국내 절도단이 대마도의 사찰과 신사에서 절취한 신라 여래불과 함께 반입되었고, 절도단이 검거되어 불상이 공개된 것은 1월이다. 사건 직후인 2013년 문화재청은 보관하고 있던 수장고에서 불상을 특별 열람을 허용하였고, 당시 3월에 방문 촬영한 사진과 자료들을 그 후 불상의 상태 등을 확인하는 비교자료로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당시 열람한 배경에는 2월 25일 대전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관세음보살좌상이 부석사에서 조성된 것을 이미 알고 있던 부석사는 원소유자임을 내세워 일본으로 반환 절차를 중단하다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대전법원은 신청을 인용하여 "대마도 관음사가 정상적인 취득임을 입증할 때까지 일본에 돌려주지 말라"는 판결을 하고 불상은 부석사 주지가 위임하는 기관에 보관하도록 하는 집행권을 부석사에 부여하였다. 당시 법원의 고시문을 보면 채권자는 부석사 대표자이고 채무자는 대한민국으로 명시하여 채무자는 임의로 불상을 변동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부석사는 불상의 채권자로서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관세음보살 친견법회를 봉행하였다. 2013년 첫해에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많은 부석사 신도들이 참석하여 의식에 맞게 법회를 봉행했지만 점차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비공개하는 것으로 채무자가 제한했지만 지난해까지 친견법회는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6일 대법원이 점유 시효취득이 성립한다는 논거로 소유권을 일본 사찰에 있다고 판결함으로 채권자의 지위가 법적으로 변경되었다. 현재 관세음보살좌상은 판결 직후 일본으로 '환부'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다. 현재 법률적인 판단은 끝났지만 한국과 일본 불교계와의 대화, 협력과 학술·문화적 교류 필요성 등의 판결 이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친견 법회"를 봉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였고 정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결된 이후라 여러 가지 점에서 이전과 다른 판단과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일본의 한 매체는 한국의 총선 결과 야당의 압승으로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현 정부의 입지가 축소되어 불상 반환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부석사 관세음보살 친견법회와 관련해서 정부는 '모나리자 도난 사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 절취한 모나리자는 다빈치의 고국인 이탈리아에 반입되어 수개월 동안 전국 전시를 하고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도난당한 모나리자의 전시 자리를 '텅빈벽'으로 전시함으로 미술품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게 되었고, 모나리자의 유명세는 도난 사건으로 일약 세계적인 미술품이 되었다.
1330년 위난의 시대에 서주의 부석사 승속 32명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관세음보살을 조성하였다. 부석사의 관음상을 소유권의 문제로만 이해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태도이다. 관음상에는 서산 주민의 기억이 간직되어 있고 애환이 스며있다. 이런 이유로 부석사 관음상을 소유권 여부가 아니라 과거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칙과 방향이 옳다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지혜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부석사 관세음보살 친견 법회가 봉행되면 한국과 일본의 과거 역사에 대한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이제 정부는 슬기로운 지혜를 내고 용기있는 행동을 할 때이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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