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내 14처 앞 기념촬영, 1963년 (이미지: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왼쪽부터 조영동, 이지휘, 이종수, 오기선신부, 최종태, 이남규, 남용록 |
당시 이곳의 주임신부로 있던 오기선(1907~1990, 경기도 용인군 출생, 가톨릭 사제) 신부는 예술을 사랑하던 성직자로 몇몇 뜻을 같이하던 젊은이들과 지역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겸,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는데, 모이는 날이 수요일이어서 수요문화모임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1960년대 전후로 대전은 여전히 궁핍한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지만 새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던 젊은이들은 대흥동 성당에 모여 그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오기선 신부는 이들을 위해 많은 양의 클래식 음반과 명화집, 미술 관련 이론서, 환등기와 슬라이드 등을 구입해 주었고 대학에서 미술이나 음악을 전공하고 이곳에 정착해 있던 예술가들을 독려하여 해설을 곁들인 미술감상회, 음악감상회를 개최토록 하였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남규(1932~1993, 대전 출생, 서양화가)가 유성중학교에, 최종태(1932~ 대전 출생, 조각가)는 대성중학교에, 조영동(1933~2022, 충북 음성 출생, 서양화가)은 동중학교, 이지휘(1933~ 평북 신의주 출생, 서양화가)는 대전공업학교 그리고 이종수(대전출생, 도예가, 1935~2008)가 대전실업초급대에 재직하며 대전에 머물게 되었다. 이들은 이곳에 모여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펼쳐나갔으며, 후에 이상을 공유하여 함께하는 평생의 벗이 되었다. 공주대 국문과를 졸업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이남규는 해설을 곁들인 명화감상을 자처해서 진행하였으며, 조영동과 이지휘는 생소하게 여겨지던 추상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문이나 주보지에 현대미술에 대한 글들을 기고하였고, 최종태는 현대 조각에 대한 글들을, 이종수는 세계의 도자기들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또 이들은 수요동인회란 이름으로 대전과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미술에 대한 활동영역도 넓혀 나갔다.
1962년 대흥동 성당은 서양의 고딕양식의 형태를 취하면서 모던한 형태를 지닌 고딕 건축물(건립될 당시 대전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 신축했는데 오기선 신부는 이곳에 이남규와 최종태 그리고 이종수에게 부탁해 성물들을 제작하게 하였다. 성당 전면에 있는 12사도 부도는 이남규와 최종태, 성당 내부의 14처 부도는 이남규가 그리고 바깥의 성모상과 받침대는 이남규와 이종수가 제작했다. 건축물만으로도 위용을 지녔던 대흥동 성당은 이들의 작품이 더해지며 예술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유럽의 여느 문화처럼 대흥동성당(대전시 중구 대흥동 소재)을 방문해 예술가들이 제작한 성물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 지역미술조명시리즈 Ⅰ 《가교:이동훈, 이남규, 이인영, 임봉재, 이종수;》(2024.3.19.~5.20) 전시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개최 중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이남규, 이종수의 작품과 자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니 기간 내에 전시 관람을 추천합니다.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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