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또 다른 예는 바로 마릴린 먼로와 염문설이 나돈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존 F. 케네디의 이미지는 젊고 도전 정신이 강한 개방적인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지요. 그가 취임식에서 행한 뉴 프런티어 정신은 갑작스러운 서거로 완성되진 않았지만 신선한 정책 노선을 분명히 했고, 케네디와 뉴 프런티어는 항상 같이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존 케네디가 대통령 재임 시 백악관에서 마릴린 먼로와 나체수영을 하였다는 충격적인 소문을 비롯한 마릴린 먼로와의 불륜설로 모범 가장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허상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도 잘못이 있고 영웅도 결점이 있다"는 보도를 할 정도로 그를 아끼고 있습니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도 진정한 영웅으로 민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집권 이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의 국민들을 잔인하게 살육한 독재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죽인 사람의 수는 히틀러와 스탈린, 히로히토가 학살한 사람의 수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혁명가로서는 성공하였지만 정치가로서는 실패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마오쩌둥은 스탈린을 가리켜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평가했다는데, 후일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을 공이 7할이오 과가 3할이라고 표현하여 자기가 스탈린에게 한 말을 되돌려 받았습니다. 물론 공과 과가 같이 있다는 것을 이중성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민을 위한다'는 그의 말과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수십만 명을 숙청한 사실은 이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존 F. 케네디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범 가장이라는 그의 이미지와 극단적인 염문을 뿌린 그의 행위는 이중성에 해당되지요. 다만 마릴린 먼로는 외부적 모습과 내면의 특징이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요.
서양 속담에 "자기 하인에게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개인적 영역에서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면 존경스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사람들은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사악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때마다 내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저게 바로 내 모습이다'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유명인들의 이중성을 통해서 우리는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말고 '존경을 많이 받는다'고 우쭐대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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