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한국 정치에서 협력과 협치가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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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한국 정치에서 협력과 협치가 어려운 이유

  • 승인 2024-05-01 10:26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욱 배재대학교 총장
김욱 배재대 총장
지난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이라 많은 사람이 기대를 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대전에서도 국회의원 선거 직후 이장우 시장이 대전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7인 간의 만남이 5월 16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대전 지역 차원에서도 협력과 협치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에서의 협력과 협치 노력이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협력과 협치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절대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이나,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서로 협력을 하게 된 것은 오랜 진화 과정의 유산이다. 서로 협력에 성공한 부족이나 집단은 협력에 실패한 집단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반면 협력에 실패한 부족이나 집단은 긴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인간에게 협력의 본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항상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협력이 성공할 수 있다.



협력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이기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장기적인 관점이다. 만약 내가 당장의 내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라면 협력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상대방이 비협력적일 경우 나도 당연히 비협력적인 것이 나에게 득이 된다. 또한 상대방이 협력적으로 나올 경우에도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뒤통수를 때리는 행동(이를 "배반"이라고 부른다)이 나에게 더 이득이다. 따라서 협력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때에만 협력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경우, 우리는 언제 상대방이 내 뒤통수를 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하고, 그에 따라 협력은 거의 불가능하다. 세 번째 조건은 두 번째 조건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바로 소통과 만남이다. 서로 만나고 소통하지 않는 한 절대 신뢰는 구축될 수 없다.

이러한 협력의 조건들을 생각할 때, 중앙과 지역에서의 정치적 협력이 단기간 내에 성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지 의문이며, 여야 정치인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로 만나서 소통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것이 상호 신뢰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만 협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침팬지 사회에서도 협력이 발생한다고 한다. 침팬지도 협력을 하는데 왜 인간이 협력을 못할까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모든 면에서 침팬지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침팬지는 비교적 소수가 모여 함께 살면서 매일 서로 털을 다듬어주며 늘 소통하고 대화하지만, 인간은 지역과 국가라는 훨씬 더 큰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소통이 쉽지 않다.

특히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정치인들 간의 협력과 협치는 더욱 어렵다. 최근 중앙과 지역에서의 협치 노력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당장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한국의 정치제도와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김욱 배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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