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4월 23일 지역대 한 의과대 강의실이 교수가 수업을 준비했지만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텅 비어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8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지역대학들은 의대생 대규모 유급을 막기 위한 '법령상 한 학기 최소 수업 일수 채우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3월 25일 개강한 충남대 의대는 출석률이 저조해 1학기 일부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키로 했다. 강의 내용을 녹화해 온라인에 올려 학생들이 내려받으면 출석으로 인정하고, 대면 실습은 추후 보강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3월 입학한 신입생인 예과 1년생 역시 16일부터 교양 수업거부 결의를 한 상태다. 1학년은 원칙적으로 휴학이 불가능하다.
건양대는 29일 예정이던 수업개시일을 다시 미뤘다. 수업 시작 날짜는 정하지 않고 1주 단위로 수업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5월 7일 개시 여부도 이번 주에 정하게 된다. 일부 의대 1학년은 교양 수업 수강신청 취소 서류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건양대 의대는 전체 수업 일수의 5분의 1 이상 수강하지 않으면 F 학점을 받기 때문에, 수강 신청 자체를 무효로 해 학사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을지대 의대도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4월 초 수업 거부에 돌입한 예과 1학년은 휴강하는 방식으로 학사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대 관계자는 "대학마다 최소 이수 학점 기준이 다르지만, 이달 말 개강을 해야 학사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학사 파행이 계속된다면 여름방학 뿐 아니라 겨울방학까지 단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30일까지 의대 증원 폭이 담긴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충남대는 교육부 배정결과 의대 정원이 110명에서 200명으로 90명 늘었다. 국립대 총장의 제언대로 50% 자율 모집 한다면 45명이 늘어난 155명을 뽑게 된다. 충남대는 학무회의 통해 30일까지 입학정원 시행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건양대는 49명 정원에서 51명을 배분받아 100명, 을지대는 40명에서 60명이 늘어난 100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두 대학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서는 실제로 모집인원을 줄이겠다는 대학들은 일부 국립대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의 제안으로 50~100% 자율 모집하라고는 하지만, 사립대는 증원된 인원 모두를 모집하길 희망할 것"이라며 "대학가에선 내년 의대 모집인원 증가 폭이 1500~1600여 명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 대학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교협은 심의·의결에 들어간다. 이후 수정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5월 말 대학별 요강에 반영해 신입생 모집 절차를 시작한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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