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철 특허법원장이 제61회 법의날을 맞아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국민과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제 IP허브코트를 향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진성철 특허법원장은 "지식재산권에 관한 재판관할을 특허법원에 집중해 재판의 전문성, 신속성, 적정성을 높이자는 것이고, 그 목적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세계 5위에 이를 정도로 강한 국가인데 정당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특허법원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노선과 소요시간을 안내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발명을 특허출원하였으나 이를 거절당해 특허심판원의 거절결정 취소를 구하는 심판이나 특정 발광 소자가 선행 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발명인지 판단을 구하는 내용 등이 특허법원에 접수돼 법정에서 심리되고 있다. 지문 정보를 이용한 금융 거래 중계 시스템이 진보성이 있는지, 이미 시판되어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을 가지고 새로운 대상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발견했다며 신약 개발로 등록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특허법원에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된다. 특허법원 법관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사실적 및 법률적 쟁점에 관한 고도의 판단이 요구된다.
진 특허법원장은 "지난 2월 부임해 사건 현황과 운영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동안 특허법원 법관들이 지식재산권 분야에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재판을 돕는 기술심리관 등의 역량이 우수한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며 "우리 법원의 법관 대부분은 특허법원에서 근무하겠다고 자원했고, 본인의 의지에 의해 지식재산 법리에 관해 깊이 있는 연구를 계속할 정도로 에너지가 충만하다. 법관 개인 이력을 볼 때 이공계 전공자들이 많고 성실성과 다양성을 갖춘 우리 법관들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말 기준에서 특허법원에 재직 중인 16명의 법관 중 43%는 전기전자, 산업공학, 수학교육, 약학, 수의학,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법관은 석사 또는 박사과정에서 지식재산권법을 별도로 전공했다. 또 소송에 관련된 기술전문가인 기술조사관과 기술심리관을 법원에 두어 충실한 재판을 돕도록 하고 있다.
최근 특허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을 보면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심결취소 사건은 감소하고 있으나 민사항소 사건은 증가세를 보인다. 심결취소 소송은 2019년 836건에서 2023년 488건으로 5년간 41% 감소했고, 민사항소는 같은 기간 113건에서 144건으로 27% 증가했다.
진 법원장은 "최근 5년간 심결취소 사건이 감소하는 것은 특허청 결정과 특허심판원의 심결의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체감상으로는 민사항소 사건 중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사건이 다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근로자가 특허 발명을 했을 경우, 회사는 근로자의 직무발명을 승계받고 승계의 대가로 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직무발명 보상금 제도는 사용자와 직원 사이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절해 근로자 기술개발 의욕을 높이고, 기업은 기술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특허법원은 지식재산권(IP) 분쟁해결 중심 법원으로 올라서기 위해 세계 여러 법원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기술 건으로 미국에서 특허침해 소송에 피소되는 것처럼 특허소송은 국경 없이 이뤄지고, 주도권을 놓치면 국내 기업은 해외 소송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커진다.
진 법원장은 "우리 특허법원이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는 중심법원 즉 IP 허브 코트로 도약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라며 "우리 특허법원이 IP허브가 되어 우리나라의 법률과 소송절차에 의해 국제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허법원에서는 당사자가 외국인인 사건, 주요 증거조사가 외국에서 이뤄져야 하는 사건, 그밖에 유사한 국제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법정 내에서 외국어 변론이 가능하고 외국어로 작성된 서류와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재판부를 2018년부터 운영 중이다. 진 법원장은 "우리 특허법원 국제재판부가 외국어 변론을 거쳐 2건을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고, 올해에도 당사자들의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라며 "증거수집이 용이한 미국 법원에 우리 기업의 특허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있어 국내에서도 증거수집 절차 개선 등에 관해 입법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특허법원은 2015년부터 해외 지식재산 전문가를 초대해 매년 콘퍼런스를 개최해 해외 지식재산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진 법원장은 "지식재산권 분쟁은, 동일한 권리에 관한 분쟁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제약사의 약학 발명이나 전자회사의 반도체 관련 발명에 관한 소송이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제기된 사례가 있다"라며 "특허권은 속지주의를 따르고 각 소송에서 제출된 증거가 항상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각국에서 소송의 결과가 반드시 동일할 수는 없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국제 콘퍼런스에 참여해 각국의 주요 사건과 법리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 특허법원 판사들은 세계 지식재산 분쟁의 전체적인 흐름과 주요 쟁점을 파악하고 숙고함으로써 구체적인 사건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2023년 클라우스 그라빈스키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항소법원장을 초대해 유럽 단일 특허법원 출범과 의미를 토론하는 등 특허법원의 국제 콘퍼런스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법조 세미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허법원은 여러 연구 및 교육기관과 교류하며 특허법원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2022년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초빙해 반도체 설계 및 공정 등에 관해 강의를 수강했다. 2023년에는 서울대, KIAST 교수 등을 초빙해 인공지능에 관한 강의를 역시 수강했다.
최근 특허법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권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에 관해 침해행위를 금지를 구하는 민사 가처분 사건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법조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진 법원장은 "지식재산권에 관련된 가처분 사건의 경우 본안사건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지식재산권 관련 가처분 사건의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진 법원장은 "발명가와 기업들은 국경 없는 무한 경쟁에 노출돼 있고,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식재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특허재판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충고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사진=이성희 부장 victorylba@
진성철 특허법원장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특허재판제도에 충고와 성원을 독자들께 당부했다. (사진=이성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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