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충남대 등 국립대 총장들이 내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당초 2000명인 의대 정원을 1000명까지 줄일 수 있는 제안이지만 의료계는 냉담하다. 의협 비대위는 20일 "나름 고심의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근본 해결방법이 아니라며 수용 불가를 밝혔다. 박단 전공위 비대위원장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이다.
속이 타는 건 환자와 가족, 대다수 국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의대 정원 축소 수용에 대해 의료계의 저항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흔들림 없다던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깨고 결정을 번복한 것"이라며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했다지만 의료계 집단행동에 다시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속마음이 이러할 것이다.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몇 안 되는 직업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복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담긴 호칭이다. 두 달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에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병이 얼마나 깊어가는지는 알 수조차 없다. 정부의 정원 축소 시사는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발 물러선 만큼 전공의는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의사로서 진정으로 '자존감'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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