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
문제는 투자가 멈추면 벤처투자에 의존해 신약개발을 해야 하는 바이오벤처들의 앞날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에 투자가 제로인 달이 있다 하니 그 심각성이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신약개발은 10년 넘는 기간과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금경색을 겪는다면, 10년 후 성과를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산업 분야다. 미래 먹거리니 성장동력이니 떠들어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암울해진다.
벤처캐피탈은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를 외면하는가? 우선 벤처투자사들이 운영하는 투자조합의 운영 기간이 대부분 5~8년 사이로 신약 바이오벤처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최소 10년이 넘는 기간에 비해 짧다. 그만큼 투자조합 운영 후 가치창출 성과를 내고 해산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보니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 투자가 되지 않는다면 후속개발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못 내고 더욱 투자를 받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든다. 한편으로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이 제시한 사업계획에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더군다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은 신약개발과 같은 고위험 분야의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은 국가연구개발 참여와 벤처캐피탈 투자를 통해 수혈된 자금을 활용하고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약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대전지역 바이오벤처들은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지난 5년간 17조5000억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고 25개 바이오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20~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쌓아 오며 기술력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조합의 짧은 투자 회수 기간에 의존한 투자로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를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어렵다. 새로운 투자전략과 성장전략이 필요한 이유이다. 단기간의 수익만을 위한 투자로서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를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키우기 힘들다. 대전시의 대전투자금융주식회사가 회수 기간 12년짜리 투자조합을 통해 바이오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투자 기간뿐만 아니라 절대 투자 액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1상을 수행하는데 500억 원, 임상3상은 5000억 원은 족히 넘게 들어간다. 한 번의 투자유치로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 수준인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규모로는 신약개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바이오벤처의 또 다른 성장전략은 자본을 확보한 대기업과의 인수합병이다. 대표적으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직접 개발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고자 대기업인 오리온그룹에 편입되면서 5500억 원을 확보했다. 신약개발 역량을 갖추었으니 확보된 자금으로 블록버스터급 매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 옥석을 가릴 수도 있지만, 자칫 역량 있는 기업이 커보지도 못하고 고사할 수도 있다. 투자환경이 어렵게 되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게 되어 싼값에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접근으로는 안 될 일이다. 우수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에 지속적인 투자가 되어 20년 뒤에는 글로벌제약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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