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정 교육복지사(학교교육지원센터). |
며칠째 계속 내린 비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 뉴스도 쏟아지고 있었다. 한 달 전 가정방문을 갔다가 안방 천정이 내려앉아 빗물받이를 해놓은 집이 걱정돼서 안부 전화를 했다. 역시나 비가 많이 와서 가족과 함께 마을 아래쪽 여관으로 대피했고, 산에서 토사물이 아이들 방 쪽으로 스며들어 옷과 가구가 모두 젖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긴급하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옷이랑 가구를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을 지원받았고,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거개선 사업과 연계하여 내려앉았던 지붕과 창고를 수리하고,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곰팡이 슬어있던 거실과 아이들 방을 새롭게 꾸며 주었다.
'교육복지안전망'은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보편적인 교육복지정책이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면, 교육복지안전망은 조금 더 세심한 관찰과 개입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요즘도 밥을 굶은 아이들이 있을까 싶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부모 모두 일하러 가면 끼니를 대충 때우는 일도 있고, 여유와 관심이 부족해 자녀의 일상생활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초부터 '방가방가(家)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료품과 핸드폰 게임을 대신할 보드게임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가정마다 방문했다. 또한 주말 가족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가족들이 캠핑, 물놀이, 요리, 영화관람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함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힘을 얻는다. 동료 교육복지사들과 여러 사례에 대해 어떻게 지원할지 의논하고, 지역사회의 많은 기관들이 계절에 따라 필요한 물품부터 장학금, 생활자금, 의료비 등 폭넓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낮선 용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걱정하고 함께 하는 마음이 있어 교육복지안전망이 더 튼튼해졌다.
지원을 받았던 학생들이 '나도 나중에 커서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 되겠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이 일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다. 앞으로도 교육복지안전망이 스스로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이들과 세상을 잇는 튼튼하고 촘촘한 희망의 그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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