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코로나 팬데믹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피씨알(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이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게 됐다. 필자가 대학에서 피씨알에 대해 배울 때만 해도 온국민 아니 전인류가 피씨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어 약자나 단어를 읽어봐도 그렇고 우리말로 해석된 걸 봐도 통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듯하다. 피씨알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핵산의 조각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인데, 생명과학분야에서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오래전에 개봉된 쥬라기공원(1993)이라는 영화에서도 소개됐는데 화석의 일종인 호박(amber) 속에 갇힌 모기로부터 공룡 혈액속의 핵산을 추출하고 증폭시켜 공룡을 복제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이후로도 속편이 줄을 이어 공개됐다. 피씨알 기술을 통해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증폭시켜 실험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전에 불가능했던 실험과 분석이 가능해졌고 피씨알은 생명공학, 질병 진단, 범죄수사분야에 적극 활용됐으며 지금도 여전히 실험실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캐리 멀리스는 1993년에 노벨상을 수상하며 생명과학분야에 큰 획을 긋게 된다. 핵산에서 필요한 부분을 증폭하기 위해 열을 가하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가 있다. 핵산의 이중가닥을 풀었다가 다시 붙이는 과정에 필요한 효소가 필요했는데 이 과정은 고온과 저온을 반복해 적용해야 했기에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 효소여야 했다. 다양한 연구 끝에 뜨거운 온천물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에서 효소를 확보하게 됐다. 이 효소의 발견을 통해 생명공학분야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뜨거운 온천수 속에서 살던 미생물이 인류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 증식하게 되면, 입안 점막이나 콧속 점막 부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검사를 위해 긴 면봉을 코나 입안에 넣어 불쾌함을 견뎌야만 했다. 이후 피씨알 반응을 통해 바이러스를 특정 지을 수 있는 핵산의 일정 구간을 증폭해 바이러스 양성·음성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피씨알 반응을 통해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범죄현장의 증거물 속에서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증폭해서 범죄해결의 단서로 사용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과학을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과학자들의 공로를 격려하고자 한다. 또한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열린다. 엑스포 시민광장과 과학공원 일대에서 다양한 과학기술을 체험하고, 그 발전상황을 확인하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삼척동자'들의 손을 잡고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누려보면 어떨까? 과학 용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담긴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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