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집중된 야당과의 협치 방법도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총선 후 엿새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공식 입장인 터라 국정 기조의 변화를 기대하던 국민으로선 실망스럽게 들릴 수밖에 없다.
원론 수준에 그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국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인지는 분명치 않다.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소망을 메시지에 담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2000년 4·13 총선에서 패해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하자 담화를 통해 "총선 민의는 여야가 협력해 나라의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총선 패배 나흘 만의 일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국정 우선순위는 오직 민생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평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조금이라도 국정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고립무원'에 처한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판단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 윤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가 진심이라면 정치권을 포함해 국민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살폈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