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떠나는 대전인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떠나는 대전인들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4-04-15 09:25
  • 신문게재 2024-04-15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하나둘 떠나간다. 몇 년 새 서울 등 수도권 등지로 둥지를 옮긴 친구들이 열 손가락으로 세어지지 않는다. 임금에 치여, 물가에 치여 나고 자란 대전을 등진다. "명절에 보자"라는 말에 "서울은 눈 뜨고 코 베인다는데 코나 잘 간수하라"고 우스갯소리를 내뱉었지만, 마음은 그리 좋지 않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 당연한 순리다. 가깝게 지내던 이들과 함께한 공간의 냄새와 계절의 향기가 어우러지면 이따금 당시를 추억하게 한다. "잘 지내지"라는 말에 "뭐 그렇지"라는 말로 대답하며 서로 한 번 올라오거나 내려오라며 설전하다 웃으며 안부를 마친다.

청년이 대전을 등지는 데는 살인적인 물가도 한몫한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들부터 대전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대학 때부터 대전이 좋아 머무르는 이들도 상당하다. 임금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탓에 숨구멍이 조여온다.

"대전 정말 살기 좋지, 근데 살기만 좋아." 떠난 이들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은 곧 임금이 뒷받침 되면 대전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과 수도권의 임금 격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을 보면, 대전 상용근로자 월 급여 상승분은 2021년 3.0%에서 2022년 4.6%로 개선됐으나,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2.5%에서 4.9%로 늘어났다. 소비자물가가 월 급여 상승분을 상쇄한 것이다. 2023년 11월까지 월급 상승분도 2.6%로 나타났으나, 소비자물가는 3.5% 오르면서 실질적인 임금 측면에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서울은 2021년 4.2%, 2022년 4.6%, 2023년 4.4%로 차이가 벌어진다. 급여액으로 보면 서울은 2021년 390만원에서 2023년 426만원으로 오른 데 반해 대전은 340만원에서 365만원으로 오른 데 그쳤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는 한탄 섞인 말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5세부터 39세 청년 인구는 전입 1만 1026명, 전출 1만 473명이다. 553명이 대전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15세부터 24세 인구 유입은 1927명인데 반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청년인 25세부터 39세의 경우 1374명이 떠났다. 2022년과 비교하면 590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청년 인구가 앞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할 것이란 관측도 곳곳에서 들린다.



거주지를 옮길 정도로 가파른 물가를 걱정하지 않는 임금 체계가 잡히면 한다. 그럼 우리가 함께 거닐고 웃던 지난날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지역 거주 청년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묘수가 나온다면 청년들은 살기 좋은 도시, 대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