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부 차장 |
청년이 대전을 등지는 데는 살인적인 물가도 한몫한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들부터 대전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대학 때부터 대전이 좋아 머무르는 이들도 상당하다. 임금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탓에 숨구멍이 조여온다.
"대전 정말 살기 좋지, 근데 살기만 좋아." 떠난 이들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은 곧 임금이 뒷받침 되면 대전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과 수도권의 임금 격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을 보면, 대전 상용근로자 월 급여 상승분은 2021년 3.0%에서 2022년 4.6%로 개선됐으나,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2.5%에서 4.9%로 늘어났다. 소비자물가가 월 급여 상승분을 상쇄한 것이다. 2023년 11월까지 월급 상승분도 2.6%로 나타났으나, 소비자물가는 3.5% 오르면서 실질적인 임금 측면에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서울은 2021년 4.2%, 2022년 4.6%, 2023년 4.4%로 차이가 벌어진다. 급여액으로 보면 서울은 2021년 390만원에서 2023년 426만원으로 오른 데 반해 대전은 340만원에서 365만원으로 오른 데 그쳤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는 한탄 섞인 말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5세부터 39세 청년 인구는 전입 1만 1026명, 전출 1만 473명이다. 553명이 대전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15세부터 24세 인구 유입은 1927명인데 반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청년인 25세부터 39세의 경우 1374명이 떠났다. 2022년과 비교하면 590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청년 인구가 앞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할 것이란 관측도 곳곳에서 들린다.
거주지를 옮길 정도로 가파른 물가를 걱정하지 않는 임금 체계가 잡히면 한다. 그럼 우리가 함께 거닐고 웃던 지난날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지역 거주 청년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묘수가 나온다면 청년들은 살기 좋은 도시, 대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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