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이용해 바닷속 자원을 찾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하 지질자원연)이 2024년 상반기 '탐해3호' 정식 출항으로 자원탐사영역을 넓힌다. 1972년 탐해1호를 시작으로 50여년간 축적된 바다 탐사의 기술을 고도화해 바닷속 보물을 찾아 나선다. 바다 위 최첨단 연구소라고 불리는 탐해3호는 그동안 국내 해역에 한정됐던 탐사 영역을 넓히는 또 다른 시작점이다.
|
탐해3호 |
▲탐해1·2호와 함께한 바다 탐사의 역사=지질자원연의 바다 탐사 역사는 1972년 시작됐다. 육상자원이 고갈될 것을 예상한 인류는 일찌감치 시선을 바다로 돌렸다. 바다는 국토의 중요한 영역으로 국가 간 첨예한 대립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에서 주변국과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지질자원연은 자원확보와 경계 확정을 위해 1972년부터 1997년까지 탐해호를 이용해 해양탐사와 해역에서의 지질조사에 힘썼다. 하지만 탐사선의 규모가 수백 t에 불과하고 해양 탄성파탐사 장비를 구축하지 못해 해저 천부의 지질조사와 음향탐사만을 수행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주변 해역에서의 자원탐사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지질자원연은 노르웨이의 Ulstein 조선소를 통해 탐해2호를 건조하게 됐다. 1997년 국내 유일의 물리탐사 전용 선박 '탐해2호'가 취항하고 에어건, 스트리머 등 탐사 장비를 구축해 본격적으로 해양 지질조사와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
탐해1호 |
탐해2호 취항 이후 지질자원연은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 자원탐사를 수행해왔다. 주변국과의 경계 해역에서 자원 부존 유망성 탐사를 통해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를 통해 부존 위치와 매장량을 확인하고 실물 샘플을 채취해 개발·생산을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또 댐 건설과 환경문제 등으로 육상 골재 공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른 건설 분야 골재 파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에서 골재 자원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 해역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연차별로 지질조사와 물리탐사를 통해 해저 지질도와 다양한 해저 지질 주제도를 편찬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해저 단층대 조사·사면사태 등 해저 지질재해 조사와 연구를 통해 국민 안전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
탐해2호를 이용해 독도지반현장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지질자원연 제공 |
▲기후위기 대안으로 떠오르는 바다=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중 상당량을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다. 이산화탄소 저장 부지·공간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육지보다 바다의 해저 지하공간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질자원연은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탐사를 국내 해역에서 꾸준히 수행해 오고 있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장 시 이산화탄소가 잘 저장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인 해양 탄성파탐사에서는 해수면 근처 수중에서 스트리머 수진기를 이용해 파동을 기록하는데, 해저 지하에서 반사돼 되돌아오는 파동 중 P파는 물층을 통과하는 반면, S파는 통과하지 못함으로 지하의 중요정보를 얻지 못한다. 지질자원연은 기존 해수면에서 스트리머 장비를 이용해 파동을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해저면 바닥에 케이블이나 노드 형태의 수진기(OBC, OBN)를 직접 설치해 P파와 S파를 모두 기록하는 해저면 다성분 탐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해수면 탄성파탐사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가스층 하부의 구조나 저류층의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 해저면에 수진기를 설치해 장시간 기록할 경우 시차를 두고 동일지역 동일 조건으로 탐사가 가능해 이산화탄소 저장 모니터링 탐사에도 이점이 있다.
|
탐해3호 3차원 물리탐사 모식도. |
▲최첨단 바다 위 연구소 탐해 3호, 해외 자원탐사영역까지=이제는 탐해호와 탐해2호를 활용해 수행했던 국내 해역에서의 자원탐사뿐만 아니라 대양과 극지 등 난탐사 지역에서의 자원탐사가 요구되며 이에 대한 탐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탐사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24년 상반기 최첨단 바다 위 연구소라고 불리는 지질자원연의 신규 물리탐사선 '탐해3호'가 취항할 예정이다. 6000t급 3D/4D 물리탐사 선박인 탐해3호는 탐해2호에 비해 t수는 3배가량 증가하며 탑재한 스트리머 수진기는 2조×3㎞에서 8조×6㎞로 8배 증가, 에어건 음원 시스템은 4500cu3에서 6000cu3로 약 1.5배 증가하게 된다. 또 탐해3호에는 새롭게 400대의 OBN 해저면 다성분 기록계도 탑재한다. 탐해3호는 내빙 기능을 활용한 극지방 탐사가 가능하며 DP(dynamic position) 기능 역시 탑재돼 GPS상 정확히 한 지점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탐사가 가능하다.
지질자원연은 향후 탐해3호를 활용해 국내 해역을 넘어 대양과 극지 등 난탐사 지역을 포함한 해외까지 자원탐사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 자원 무기화로 화두에 오른 희토류를 태평양 해저 퇴적물에서 찾는 탐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자원탐사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공동으로 알류샨 해구(Aleutian Trench) 등에서 지질재해 연구도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바다는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어 인류에게는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해야 할 장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드넓은 해양에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탐사를 이어가기 위해 세계 각국은 새로운 탐사 장비와 탐사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지질자원연은 해양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선진 탐사 장비를 구축해 극한의 바다 환경에서 해저 자원탐사와 지질조사를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가스하이드레이트를 탐사하고 해저 지질도와 해저 지질 주제도를 발간해 국민에게 제공하며 바다 골재 자원 조사, 해저 단층과 해저 지질재해 요소 파악,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탐사·모니터링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이평구 지질자원연 원장은 "향후 신규 물리 탐사선인 탐해3호의 취항 후에는 탐사영역을 국내 해역에서 대양과 극지까지 확장해 나가며 해양에서 다양한 탐사와 조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탐사 기술과 탐사 장비의 꾸준한 개발을 통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선두에 서서 바닷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